흑두루미 도래지에 고압선

입력 2001-08-01 12:34:00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국제보호조류인 흑두루미가 겨울을 나는 서대구 낙동강습지에 고압 송전선로가 관통할 예정이어서 철새 도래지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더구나 지난 97년 이 일대를 조수보호지구로 정하고 지난해부터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중인 대구시는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성서공단과 달성군 일대 전력 공급용으로 131억6천600만원을 들여 경북 고령군 다산변전소~대구시 달서구 강창변전소까지 16㎞ 구간에 송전선로 설치공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 98년 말에 시작한 이 공사는 높이 100m 규모의 철탑 48기를 이미 고령군지역에 설치했으며 현재 낙동강건너편인 대구시 달성군 강창유원지 입구에 마지막 1기를 세우고 있다.

따라서 공사가 끝나는 오는 연말, 대형 철탑 및 15만4천v의 고압 송전선로가 낙동강을 가로지를 경우 철새가날아오지 않을 것이며, 대구시가 추진중인 일대 생태공원 조성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환경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대구 낙동강습지는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이 공인하고 있는 흑두루미 도래지로 지난 90년대 후반까지 흑두루미 300여마리가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 중순까지 월동해왔으며 왜가리, 청둥오리 등 철새 수만마리가 찾아 조류학계의 관심을 받아왔다.

대구시도 이 곳 인근 대명천 유수지(溜水池)에 수상 골프장을 건설하려다 환경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 10월 건설계획을 백지화하는 한편 오는 2005년까지 90억원을 들여 60만평의 습지에 생태공원 조성을 추진중인 상태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승원 회장은 "거대한 철골구조물과 전선이 거미줄같이 얽혀있는 곳에 철새들이 과연 내려앉겠느냐"며 "낙동강구간 지중화 등 대책이 없을 경우 범시민적 반대운동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이 일대에서 흑두루미를 관찰해온 공주대 생명과학과 조삼래(49)교수는 "대형 철탑과 송전선로는 감전사를 유발하는 등 철새 서식환경에 분명히 악재"라며 "지금이라도 흑두루미가 다시 찾을 수 있는 환경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 대구전력관리처 관계자는 "낙동강구간의 지중화는 기술적 어려움과 함께 20배 정도 공사비 부담이 늘어나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공사와 관련, 대구시로부터 철새보호를 위한 선로 변경에 대해 요청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대구시 관계자는 "송전선로 설치는 지난 91년 한전측과 협의가 끝난 사안이라 이후 한전측으로부터 공사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지중화 문제는 계속 협의해나가겠다"고 해명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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