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족 원소의 하나인 은(銀)은 금.이리듐.팔라듐.백금 등과 마찬가지로 귀금속의 일종이다. 은으로 만든 장식품은 기원전 4000년의 황제 무덤에서 처음 발견됐으며, 기원전 800년까지 인더스강과 나일강 사이의 여러 나라에서 화폐로 사용되기도 했다. 은화(銀貨)는 기원전 6세기 리디아 왕국에서 처음 제조됐으며,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 1101년(숙종 6년) 주전도감(鑄錢都監)에서 은병을 주조해 법화로 삼고 동전과 함께 유통시킨 것이 그 효시로 알려져 있다.
▲옛날 서양에서 금은 태양을 상징했고, 은은 청백색의 아름다운 빛깔이 초승달과 결부돼 '달의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자연은으로 산출되는 일이 자연금에 비해 적고 까다로운 정제법을 거쳐야 얻을 수 있었으므로 고대에는 금보다 귀중하게 취급된 적도 있었다. 16세기 신대륙에서 방대한 양의 은이 나오면서 유럽인들은 은그릇을 만들어 귀하게 여겼으며, 공예적으로 널리 사용됐다.
▲우리에게 여전히 장신구나 고급 생활용품 등으로 사랑을 받고 있는 은이 요즘은 대중목욕탕에 이용되면서 '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모양이다. 목욕탕의 '옥(玉) 붐'에 이어 지난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은탕(銀湯)이 문을 열어 화제를 낳더니, 최근 대도시에서 은사우나.은찜질방.은휴게실이 속속 등장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내벽과 바닥이 은타일로 만들어진 은탕이 피로 회복.변비.소염.진통 해소 등에 좋다고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우나에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는 단골들이 많아졌고, 바닥과 벽면이 은타일로 뒤덮여 있을 뿐 아니라 한가운데 은덩어리를 두고 있는 부산의 한 찜질방에는 두통과 기미.습진 등에 효과가 크다며 전북 등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은 신드롬'에 힘입어 은타일 생산업체도 등장해 주문.상담에 즐거운 비명인가 하면, 올해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200% 이상 늘어났다는 소문까지 들린다.
▲미국 하버드대의 줄리엣 쇼어 교수가 '과소비 미국인'이란 책에서 과소비의 어리석음을 꼬집은 적이 있다. 그는 이웃집 사람들과 보조를 맞추는 게 아니라 자기보다 소득이 5, 6배 높은 고소득층이나 TV 스타들에 소비의 눈높이를 맞추는 소비 패턴을 '뉴 컨슈머리즘'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는 지금 분수를 뛰어넘는 과소비를 하고, 소비의 양극화로 계층간의 위화감의 골도 점점 깊어지고 있는 건 아닌지. 우리의 정신이 욕망의 문화 속에서 황폐화되지는 않아야 할 텐데….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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