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평등부부상 받은 양준호·이양강씨

입력 2001-08-01 00:00:00

얼마전 한 신세대 부부가 국내 처음으로 부부재산계약 등기를 신청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한 장년의 부부에게는 이 뉴스는 '싱거운 일'로 받아들여졌다. '부부평등'이란 말이 낯설었던 30년 전부터 재산을 나누고 가사를 분담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달 여성주간을 맞아 열린 경북여성대회에서 경북도 평등부부상을 받은 양준호(61·약사·경산시 하양읍 금락리)·이양강(59·여·경북도의원)씨 부부. 지난 27일 양씨가 운영하는 약국에서 이 부부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36년 전 결혼할 때 두 사람은 물려받은 재산없이 셋방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보건소 직원이었던 이씨는 직장외에도 다른 사회단체 활동 등으로가사를 소홀히 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여서 신혼시절부터 남편 양씨의 도움이 뒷따랐다.몇년 후 재산 1호인 지금의 약국건물을 사게된 양씨는 주저없이 등기부에 아내의 이름을 올렸다. 그 뒤 지금까지 알뜰히 모은 돈으로 장만한 주택, 상가,논밭 등 10여건의 크고 작은 부동산을 똑같이 나눠 등기를 했다.

"서로 어려운 잡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결혼때 아내에게 돈을 벌게되면 뭐든지 다 해주고 싶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를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아내는평생의 친구이며 동지니까 서로 나누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양씨는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의 꿈을 접어야 했던 아내를 위해 지난 72년 직접 방송통신대학 원서를 내주며 진학을 권유, 학업을 마칠 때까지 약국일과 3남매의 양육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대학을 졸업한 이씨는 직장은 그만 뒀지만 새마을부녀회, 적십자부녀회, 여성단체 등에서 봉사를 하느라 잠시라도 집에 붙어있는 날이 없었다.남편은 싫다는 말 한마디 않고 그런 아내를 후원해 줬다.

"딱 한 번 부부싸움을 한 적이 있었지요. 27년전 아내가 손님을 만나야 한다며 어린 아들을 혼자 두고 가버려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론 서로 이해하고 참으려고 노력했습니다"고 양씨는 말했다.부부는 세월이 갈수록 서로 닮는다던가. 양씨 또한 홀로 사는 어려운 노인들에게 약을 지원하고 경산의 초·중학교, 모교인 영남대 학생을 위한 장학금지급 등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

남부럽지 않은 재산을 갖게 됐으면서도 부부는 검소함이 몸에 배어있다. 약국 구석에 걸린 양씨의 낡아빠진 양복과 도의원이란 신분에 걸맞지않는 이씨의 수더분한 모습이 그런 짐작을 가능케 한다.

양씨 부부는 늘 결혼한 3남매에게 화목, 절약, 봉사 그리고 부부간의 믿음을 강조한다고 했다.

이들 부부에겐 작은 계획이 있다. 승합차 한 대를 사서 의사인 아들, 사위와 함께 한달에 한 번이나마 무료 진료를 하는 일이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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