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특검의 판정패

입력 2001-07-28 14:55:00

미국의 특별검사제도가 도입된 지난 78년이래 지금까지 20명의 특별검사가 탄생했다. 그 중 대표적인 인물이 80년대 레이건-부시로 이어지는 미 공화당 정권을 무력화시킨 로렌스 왈시와 민주당 출신의 클린턴 대통령의 성추문을 끈질기게 캐낸 케네스 스타라 할 수 있다. 왈시는 80년대 미국 최대 스캔들인 '이란-콘트라'사건을 7년간에 걸친 수사로 결국 부시의 재선에 결정적 타격을 준 인물. 이란-콘트라 사건은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 등이 중심이 돼 이란에 무기를 판 돈으로 니콰라과 반군에 자금을 제공했다는 게 근간이다. 이를 당시 부통령 신분인 부시가 보고를 받았거나 인지했다는 사실을 왈시 특별검사가 캐내 폭로함으로써 공화당 정권은 막을 내렸다.

▲스타 검사는 클린턴.르윈스키간의 성추문을 캐내 클린턴이 '부적절한 관계'라는 표현을 쓰며 TV를 통해 고백하도록 내몬 유명한 사건. 이 부적절한 관계는 우리나라에까지 회자된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왈시 특검은 당시 다수당인 공화당 의원들의 격분을 사 특검제가 2년간 그 활동이 중단되게 했고 스타 특검은 너무 개인적 감정에 치우쳐 사생활을 들춰낸 선정적 이미지로 결국 '특검제'가 장기중단상태에 빠지게 한 건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

▲우리나라도 우여곡절 끝에 도입된 특별검사의 수사결과가 1심법원에 의해 배척당함으로써 출발부터 조짐이 좋지 않다. 이른바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첫 판결에서 법원은 당시 강원일 특검팀이 기소한 조폐공사사장 '강희복의 1인극'이란 결론에 대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특검의 수사신뢰가 추락한 셈이 됐다. 오히려 검찰이 특별수사본부까지 만들어 수사한 결과에 법원이 동의한 모양새가 됐다. 진형구 전대검공안부장이 파업을 유도한 건 아니지만 '구조조정을 서둘러 하라'는 그의 발언은 노동조합법에서 금지한 제3자 개입죄에 해당된다며 징역형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비록 1심판결이지만 '검찰불신'에서 도입된 특검수사가 배척당하고 검찰수사의 기조가 판정승을 한 건 묘한 여운을 남긴다. 물론 이사건은 특검수사때부터 '잘못한다'는 질책 등 잡음이 많았던것도 사실이지만 수사미숙인지 판결잘못인지를 아직은 속단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사건으로 '법무장관 8일'만에 중도하차하고 '옷로비'여파로 구속까지 당한 김태정씨 입장에선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러나 옷로비특검은 성공케이스로 평을 받고있고 아직 우리검찰은 그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사실인만큼 특검은 그걸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존속해야 한다.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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