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여자의 몸

입력 2001-07-27 15:23:00

여자의 몸이 이처럼 사회적 관심이 대상된 적이 일찍이 없었다. 다이어트와 성형 수술의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우리 사회를 휘감고 있다. '머리 나쁜 여자는 용서하지만 못생긴 여자는 용서 못한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은 자신의 육체를 관리할 줄 모르기 때문에 단죄되어야 마땅한 죄인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 마저 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텔레비젼의 탤런트나 가수들이 한 동안 보이지 않다가 등장할 때에는 다른 얼굴, 다른 몸매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게 되었다. 그런데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한 탈랜트와 가수들의 모습이 비슷비슷해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없게 되어가고 있다. 개성이 없어지고 매력도 없어졌다. 이들을 모방하고 뒤따르는 무수한 일반 여성들도 이제는 판에서 찍어 낸 것 같은 모습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민족은 단일 민족임을 자랑해왔다. 같은 핏줄임을 자랑삼아와서 인지 우리는 남이 자신과 다른 것에 대해 좀처럼 용납하지 못하고 또 한편 자신도 남의 기준에 맞추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 사회가 유행에 지나치게 민감한 것이 바로 이러한 것에서 연유한다. 그러나 획일화는 21세기 정보 사회에 맞지 않는 덕목이며, 이에 반해 창의력이 가장 중요하고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성을 용인하는 사회풍토가 중요하다는 말은 21세기를 맞으면서 온 국민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말이다. 또한 개개인의 개성을 중시해야한다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은 이제는 가치관이나 옷이 아니라 외모마저도 남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고, 남과 비슷해야한다는 강박 관념을 갖게된 결과가 아닌가. 자연의 산물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몸이 프로젝트의 대상이 되었고, 성형기술의 발달로 인해 다양성의 시대에 맞지 않게 오히려 획일화로 치닫고 있다.

다이어트와 성형수술을 통해서 여성들이 꿈꾸고 있는 모습은 신데렐라의 모습이다. 동화, 텔레비젼 드라마, 영화를 통해서 신데렐라의 이야기는 수없이 많은 버전으로 여러 차례 반복되어왔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본 것인가? 모두 미모로 남성을 사로 잡으려하고 있나? 아니면 남자들이 신데렐라 이야기를 너무 많이 본 것인가? 우리나라 남성들도 신데렐라 남편처럼 여성 배우자를 고르는데 첫 조건이 예뻐야 한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왕자를 흉내 내면서 자신의 배우자가 신데렐라이기를 기대하면, 여성들은 자신의 남성배우자가 왕자이기를 기대한다. 한국 남자들 그대가 왕자인가?

그런데 동화 신데렐라의 후편은, 왕자가 왕이 된 후에는 또 다른 젊고 예쁜 여자들과 외도로 날을 새우게 되고, 늙어 가는 신데렐라가 왕을 비판하자 왕은 신데렐라를 왕궁 뒷방에 가두어 놓게 되고, 급기야 신데렐라는 정신병에 걸리거나 이혼하게되고 왕국은 망하게 되었다는 얘기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아직 후편을 못 봐서 우리 모두는 계속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데렐라의 동화 전편이 '신데렐라와 왕자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난 것을 믿으면서….

김경애(동덕여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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