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8시. 배정현(대구 신명여고 1년)양은 아침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출근을 서둘렀다. "학생이 웬 출근이냐고요? 장래의 직장이거든요". 발걸음도 가볍게 배양이 도착한 곳은 황금호텔 조리실. 대구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서 진행하는 직업체험 활동에 참가한 것이다.
출근 사흘째. 호텔 요리사를 꿈꾸는 배양에게 널찍한 조리실과 깨끗한 조리기구들은 보기만 해도 즐거운 풍경. 요리사들의 큼직한 모자와 깨끗한 복장을 보면서 장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다. 첫날엔 설거지나 뒷정리 정도를 도왔지만 어제는 요리사 아저씨와 함께 돈까스를 만들고 주스도 뽑았다. 오늘은 뭘 할 수 있을까. 배양의 얼굴에는 기대가 가득했다.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 진작부터 제과·제빵 학원까지 다니고 있는 배양에게 이번 직업체험은 더없이 소중한 것. 학교로 온 안내문을 우연히 발견하고 친구 2명과 함께 신청했다. 배양은 "요리사들을 옆에서 보면서 진로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됐다"면서, "우선 대학 조리학과 진학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했다.배양처럼 직업 체험에 참가한 대구의 학생은 모두 150명. 26일까지 사흘간 9개 분야 40곳에서 다양한 직업을 체험했다. 팅크벨·현주컴퓨터 등에서 정보산업의 현장을 지켜 본 학생들도 있었고, 매일신문사, 대경대, 청소년 문화의 집 등에서 신문·방송 제작 시스템을 배운 학생도 있었다. 만화가·애니메이터·VJ·가수·모델 등 청소년들이 흥미로와 하는 문화·예술 분야 직업 체험에도 많은 학생이 몰렸다.
웹PD 체험을 한 장미애(경화여고 2년)양은 "여름방학 동안의 체험으로는 최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좋아했다. 방송 PD를 꿈꾸는 장양은 "카메라 조작, 동영상 편집 등을 배우며 현장 직업인들과 대학 선택 및 진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경찰관들을 따라 순찰·검문을 실습하거나(대구 중부경찰서), 간호사(파티마병원), 사회복지사(대구종합사회복지관), 시민단체 요원(영남자연생태보존회) 등을 체험하며 우리 사회의 기초가 되는 직업을 미리 맛본 학생들도 적잖았다청소년 자원봉사센터가 주관한 이번 직업체험 프로그램은 작년에 이은 두번째.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기회가 거의 없는 청소년들에게 방학 동안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첫해엔 중·고생 300명을 선발했으나 올해는 중학생을 제외하면서 인원도 절반으로 줄였다. 단순 견학보다는 무엇이든 직접 만져보고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야 효과가 크다고 판단됐기 때문. 그래서 신청서를 늦게 낸 많은 학생들은 탈락되기도 했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
봉사센터 조여태씨는 "대구에는 청소년들의 관심 분야인 정보통신이나 문화예술 분야 체험기관이 부족해 많은 학생들을 참여시킬 수 없는 게 아쉽다"고 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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