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논술-88차 문제

입력 2001-07-27 14:22:00

문제 : 아래 제시문을 읽고 그 취지에 맞추어서 '관용의 정의', '민주 사회에서 관용이 필요한 이유', '관용의 한계'라는 세 가지 내용이 잘 드러나도록 '관용(寬容)과 민주사회'라는 제목의 논술문을 구성해 보시오. 단,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를 들고, 제시문 문장을 그대로 옮겨 쓰지는 마시오.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회자나 출연자들이 우리말을 잘못 사용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 가운데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그 한 가지이다. 예를 들면 옷 색깔을 보고 "이 옷과 저 옷은 색깔이 틀리네요"라는 식의 말을 한다. 당연히 색깔이 다르다고 해야 옳은 표현인데도 틀리다고 말함으로써 그야 말로 '틀린'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우리말을 잘못 배운 탓만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조금 과장해서 말한다면 해방 이후 비뚤어진 우리 나라의 정치사가 국민들의 마음에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동일하게 보도록 만들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 때나 30여 년이 넘는 군부 통치를 거치면서 우리는 오직 자유주의와 공산주의, 남한과 북한, 아군과 적군, 그리고 친구와 원수라는 이분법적 갈등 구조를 몸에 배이도록 배워 왔다.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린 사람이다'라는 흑백 논리에 우리는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반공을 말할 때 개발 독재의 어둡고 일그러진 모습을 말하면 그 역시 '틀린' 말을 하는 반항아였다. 또한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잘못된 미신'을 믿고 있는 이단자로 보려는 경향이 우리의 의식 안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렇듯 조작된 여론과 지배 계급의 강자들은 '다른' 말을 하는 사람을 용납하고 관대하게 다루기보다는 언제나 폭력적인 불관용과 억압으로 응수해 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불관용적인가 하는 것은 그 사례를 굳이 자세히 말하지 않더라도 여러 분야에서 너무도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남북한 간의 이데올로기 갈등, 지연·학연 등으로 대표되는 연고주의, 종교적 분파주의, 학문과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금기 영역 등 이러한 불관용의 만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큰 하나는 바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동일하게 보려는 태도이다. 다시 말해 '다른 것(difference)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false)이 아니다'는 사실을 간과해 온 것이다. 서유럽의 성숙한 민주주의가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관용의 덕목을 훈련하고 실천하면서 터득한 타자(他者) 존중의 정신이 그 성공적인 민주주의의 밑바탕에 놓여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