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도시 대구 세계인이 되자

입력 2001-07-27 00:00:00

(2)화장실 문화

지난 주말 대구시내 한 재래시장을 찾았던 주부 김현정(32)씨는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눈살만 찌푸리게 됐다. 휴지도 없는데다 코를 찌르는 악취까지 풍겨 들어갈 엄두가 나지않았던 것.

김씨는 "공중화장실은 청소가 안돼 지저분하고, 상가 화장실은 잠긴 곳이 많아 장보러 올 때마다 불편하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잇단 국제대회를 앞두고 화장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깨끗하고, 편리하고, 미적 감각까지 갖춘 '아름다운 화장실'도 늘고 있다. '뒷간과 처가는 멀수록 좋다'는 속담이 바뀔 만도 하다.

하지만 우리네 화장실문화는 아직은 부끄러운 부분이 많다는 게 솔직한 고백일 것이다. '아름다운 화장실'은 업소나 행정기관의 '생색내기용'에 그치고,시민의식은 낙제점을 겨우 면할 정도다.

하루 2만명 정도가 찾는 대구 ㄷ백화점. 최근 좌변기로 바꾼 뒤 휴지사용량이 20% 정도 더 늘어 월 평균 300만원 정도를 화장실 관리에 쓴다. 이 백화점 관계자는 "좌변기 위에 발자국을 남기는 등 남을 배려하지 않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다"며 "사용자들의 주인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행락지, 공원 등의 간이화장실은 언급하기조차 창피하다. 소변기는 버려진 담배꽁초, 껌으로 막혀 오물이 넘치고 벽과 바닥은 담뱃불 자국으로 시커멓다.

대구의 화장실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10개 월드컵 개최도시를 대상으로한 화장실 만족도 조사에서 대구는 5.0만점에 3.02점으로 수원, 서울, 전주에 이어 4위에 그쳤다.

김형준(46)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대구지부 사무국장은 "공중화장실은 그 지역 시민의식과 문화수준의 바로미터"라며 "외국인에 보여주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 시민생활양식 개혁으로 승화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 등 행정기관의 개선 노력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구시는 지난 5월 대륙간컵 축구대회를 앞두고 식당 등 건물의 화장실 200곳을 24시간 개방화장실로 지정했으나 안내판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으며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대구시 한 관계자는 "올해 개방화장실 운영예산으로 1억5천만원을 올렸으나 전액 삭감됐다"며 "내년에는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개방형 화장실에 대한 예산지원을 확대, 참여건물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ㅌ여행사 최태호(43)씨는 "선진국 화장실을 이용할 때마다 정말 화장실인지 놀랄 때가 많다"며 "깨끗한 화장실도 관광인프라의 하나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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