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입력 2001-07-27 00:00:00

세입자는 전세를 원하고 집주인은 월세를 선호하는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다음달 전세계약이 끝나는 이모(42)씨는 최근 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의 부동산업소 여러곳을 돌아다녔으나 전셋집을 구하기는 커녕 절망감만 안고 돌아왔다.33평형 아파트를 전세금 9천만원으로 계약했다가 집주인이 전세금을 월세로 바꿔달라고 요구,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며칠째 여러 아파트단지를 돌아다녀봤지만 전세금이 오른 것은 물론이고 전세 물건으로 나온 아파트조차 없었다. 예년 같으면 이맘때는 이사 비수기로 전세금이 약보합세를 보이거나 하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올해는 집주인들이 전세물량을 월세로 전환하면서 전세물건 찾기가 어려워 지면서 수요자들은 적은 전세물량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교통여건이 좋은 곳은 월세나 턱없이 높은 전세금을 요구한다. 월세의 경우는 전세금 상승폭 만큼을 월세로 환산해 받는 것이다.

집주인의 월세선호 이유는 하락한 은행금리(1년 정기예금 기준 6%) 때문이다. 전세로 뭉칫돈을 받아도 전반적인 경기가 불안, 돈 굴릴데가 마땅찮아 안전한 월세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부동산업소마다 전셋집 수요자는 줄을 서 물건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고, 전세가 끝나는 사람중 일부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로 전환하거나 비교적 전세금이 싼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간다. 단독주택의 경우 물량이 충분한데다 최근 투룸이나 원룸이 과잉 공급된 영향으로 전세가는 물론이고 매매가가 오를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단독주택은 정부의 부양책이 전무한데다 대구시내의 경우 대부분이 건축한지 오래돼 선호도가 아파트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매매가는 약보합세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의 부동산 장세는 인구가 많아 주택이 절대 부족한 서울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파트는 물량이 그만큼 줄어든 만큼 세입자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졌다. 전세의 경우 층,향, 상태 등을 가리지 않고 계약되고 있는 추세.

올해 대구지역에 공급된 아파트는 4천203가구가 고작이다. 이는 지난 97년 3만5천836가구, 99년 8천16가구, 지난해 1만5천670가구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이처럼 요즘의 아파트 전세금 상승은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후 지난 3년동안 대구에서 신규 아파트 공급이 그 이전의 절반수준에도 못미친데다 주택업체 부도로 인해 입주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아파트 전세물량 부족 현상은 내년도에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가격상승으로 이어지는 아파트시장 불안에는 명약이 없다. 정부가 임대주택공급 확대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아파트가 건설돼 입주하기까지는 최소한 2~3년이 걸리기 때문이란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자칫 대구지역에서도 아파트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육박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