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컴퓨터를 무료로 고쳐 주는 장윤혁(28)씨. 칠곡군 왜관읍 4평 남짓한 그의 가게 '프리 컴퓨터'에서 종일 고물 컴퓨터들과 씨름하는 장씨가 지난 일년간 수리해 준 지역 장애인들의 컴퓨터는 수백대에 이른다.
부속을 갈아 끼우고 청소를 해 새 것처럼 말끔히 수리해 주니 의뢰인들은 당연히 수고비쯤은 받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장씨는 절대 무료를 지금껏 고집하고 있다. 그 자신도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 그의 지난 10여년은 한편의 휴먼 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칠곡 기산면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중학교도 못 가고 종일 방 안에서 금붕어 수족관이나 바라보며 지내던 장씨를 컴퓨터와 인연 지은 것은 전화국에서 무료로 준 통신 단말기였다.
그리고는 어둔한 손놀림으로 하나둘 작동법을 배울 때쯤, 우연히 통신으로 알게 된 서울의 '누나' 이혜정(40)씨가 등불로 다가 왔다. 약국을 하는 이씨는 10여년 전 당시로는 큰 돈이었던 230만원을 선뜻 보내면서 컴퓨터를 사게 하고 교재도 보내 줬다.
그때 이후 장씨의 하루 일과는 세끼 식사도 잊을 정도로 컴퓨터와 교육방송에 매달리는 것. 코피 쏟기를 무려 10여년 한 끝에 장씨는 드디어 컴퓨터에 관한 한 '도사'라는 소리를 듣는 수준에 이르렀다. 소문이 나자 면사무소 직원들도 찾아 와 모르는 것을 물었고 동네 중고생들은 매일같이 컴퓨터 선생님을 찾아 왔다.
다시 장씨의 손을 끌어 주는 귀인이 나타났다. 평소에도 건강을 돌봐 주던 한의원의 정재우 원장이 "이만한 실력을 집안에서 썩혀서야 되겠느냐"며 지금의 가게를 마련해 준 것. 그게 일년 전이었다.
지난 6월 장씨는 드디어 서울에서 열린 제4회 전국 장애인 정보화협회 주최 정보화 촉진대회에서 당당히 금상을 받았다. 지난 21일부터 열렸던 서울시청.문화방송.코엑스 주최 서울 국제 컴퓨터 문화축제에도 초청돼 성공담을 발표했다. 중증 장애인이 컴퓨터 전문가가 돼 다른 장애인을 돕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난 5월엔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편지를 보내 격려하기도 했다.
장씨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보내 주는 중고 컴퓨터를 수리해 나눠 줘 그걸 통해 다른 장애인들이 희망을 갖게 되는 일이 정말 보람있다"고 했다. 여러 뜻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쳐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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