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상임고문과 김근태 최고위원이 23일 만나 민주화세력 연합론을 앞세워 연대의사를 내비치자 한화갑 최고위원이 이들을 당내 강경파라며 비판하는 등 여권내 대선주자들간의 전선이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이인제 최고위원은 '외아들론'을 펴면서 홀로서기에 분주하고 김중권 대표도 김대중 대통령의 신임을 등에 엎고 승부수를 띄울 태세여서 대선주자간 연대와 견제의 구도가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김근태-노무현=지난 4월 민주화세력 연합론을 주장하며 연대를 과시한 두 사람은 23일 다시 만나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의 협력을 다짐했다. 어느 시점에 가서 힘이 달리는 쪽이 다른 한쪽에 힘을 몰아주는 연대방식에 의견접근을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김 위원은 "지난 87년 대선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분열, 민주화세력의 통합에 실패했던 교훈을 잊지말자는 데 공감했다"며 "늦어도 연말까지 단일화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당내 지지도나 대중성 면에서 '1+1=3'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민주화 세력에 대한 반감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인제='대중 속으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지난달부터 민생투어에 들어간 이 위원은 유일한 당내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다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9월 정기국회까지 수도권은 물론 영·호남, 강원지역까지 돌며 타후보군보다 보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당내 일각의 '정국현안 대처에 관심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쟁터에 외아들을 보내는 외통수를 쓰는게 바른 선택은 아니다(외아들론)"고 맞서고 있다. 언론정국에 뛰어들게 해 상처를 입힐 것이 아니라 조금 비껴 있게 하자는 논리다.
◇한화갑=한 위원은 최근 "언론사주의 구속을 원치 않는다"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립할 때는 온건파 입지를 살려야 한다"고 당내 강경파들을 견제하고 나섰다. 그는 즉각 "뜻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으나 발언배경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한 위원은 정풍운동으로 당이 시끄러울 때 범동교동계 출신이면서도 소장파를 대변하며 당내분을 수습, 지도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차기를 의식한 독자행보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또 동교동계 구파들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중권=대표 프리미엄을 살려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키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대표측은 후보경쟁이 본격화될 경우 김 대통령의 신임을 바탕으로 여권내 실질적인 영남후보론이 힘을 얻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조한 인지도와 원외대표라는 설움을 탈피하기 위해 10·25 재보선에 뛰어드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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