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ㅇ고교 부근 버스정류장. 10여명의 승객들이 따가운 햇볕을 손으로 애써 가리며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날씨는 덥고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버스타기 정말 힘들다"며 한숨을 지었다.
대구시내 버스정류장 대부분이 햇볕, 비, 눈 등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시는 예산 등을 이유로 '승강대기소' 설치를 뒷전으로 미뤄 시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대구시가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두고 불법입간판, 포장마차, 불법주정차 단속 등 가로정비에 생색을 내는 반면 시민들의 편의시설 확충에는 소홀한 실정이다.
대구시내 2천290여개 버스정류장 가운데 햇볕을 가리고, 눈, 비를 막을 수 있는 승강대기소는 고작 292개소에 불과, 설치율 12%에 머물고 있다. 이는 서울시 버스정류장 4천720개소 중 500여개소(10%), 부산 2천700여개 중 250여개소(9%) 등과는 비슷하지만 대전 1천568개 중 602개소(38%), 인천 1천523개 중 569개소(37%)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버스를 이용하는 서민들은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 속에 비를 맞거나 손으로 햇볕을 가리며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다.
버스 이용객 이모(55.달서구 상인동)씨는 "말로는 대중교통 이용을 외치면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은 뒷전"이라며 "비를 맞고, 햇볕을 피하며 안오는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심정을 승용차 모는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대구시는 승강대기소를 설치하는데 800만원(1개소) 정도의 비용이 들어 한꺼번에 설치할 수 없고 버스 이용객이 많은 곳을 우선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올해 승강대기소 15개소를 설치하는 등 해마다 10여개만을 신설하는데 그치고 있다. 게다가 이 가운데 시가 예산을 들여 설치한 곳은 30%에 불과, 그나마 나머지는 광고효과를 노린 민간광고업체가 설치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민간업체 유치에 힘써 내년엔 100곳 정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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