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문화산업시대-(3)음반·비디오-지역 제작기반 취약 소비시장 노릇만

입력 2001-07-21 00:00:00

우리 귀에도 익숙한 스웨덴 그룹 아바의 '워터루'. 아바가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서 '워터루'로 대상을 차지한 그룹 '아바'가 전성기 때 벌어 들인 일년 수입은 스웨덴이 자랑하는 볼보 자동차 연간 수출액을 앞질렀다.

문화산업이 지닌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굴뚝산업을 능가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음반산업도 대표적인 문화산업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에디슨의 축음기 발명으로 태동된 음반시장은 지난해 369억달러(48조3천여억원)의 규모를 자랑하는 세계적 문화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음반시장도 80년대 이후 '문화 소비'가 확산되면서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이하여 지난해 4천억원대 규모로 볼륨이 커졌다. 그러나 철저하게 중앙집권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 음반을 내지 못한 국내 음반산업의 여건을 감안하면 보수성이 강하고, 엔터테인먼트산업의 발달이 취약한 대구·경북지역에서 음반산업은 문화산업의 핵심 가운데 하나로 인식조차 받지 못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박을 터뜨리기는커녕 음반을 제작,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맞춰냈다면 화젯거리가 될 정도이다.

0..국내 음반시장 현황

국내음반시장은 95년 3천790억원, 96년 4천45억원, 97년 4천104억원으로 성장을 지속하다 IMF 영향으로 98년 3천530억원으로 주춤한 뒤 99년 3천800억원, 지난해 4천104억원으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장르별 판매 비율은 지난해 가요 75%, 팝 20%, 클래식 5%를 보여 국내음반시장은 가요가 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요 기획, 제작사의 경우 95년 81개에서 지난해 576개로 증가했지만 가요시장은 소수의 기획, 제작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지난해 50만매 이상 판매고를 기록한 음반은 조성모 3집 '아시나요'를 비롯, GOD 3집 '거짓말' 등 13개. 이들 음반은 GM기획, SM·ENT, 스타뮤직, 도레미레코드, 신나라뮤직 등 20여개 기획, 제작사에 의해 제작, 유통 되었다.

외국음반을 수입, 복제, 유통하는 수입음반시장은 라이센스 계약 위주 제작에서 직배사(EMI, 워너뮤직, 소니뮤직, BMG, 유니버샬, ROCK)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가수를 두면서 적극적으로 국내 가요시장에 진입하려는 EMI 등 6개 직배사의 지난해 매출액이 28.7%(1천178여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0..문제점

음반 제작사들은 평균 7.5%~10%의 반품을 음반판매 도소매상이 고스란히 떠안는 시장관행을 고수, 음반판매점은 사양길을 걷고 있다. 음반산업이 활성화되는 것과는 반비례, 대구지역 음반판매업자는 90년초 200여개에서 현재 70여개로 줄었다. 살아남은 음반 판매점들은 대형화, 멤버쉽제를 통한 할인, 청음코너 개설을 포함한 서비스 개선에 승부를 걸고 있다.

해적판도 문제다. 불법음반이 난무하면서 기획, 제작사, 가수의 창작 의욕을 꺾으며 큰 손해를 입히고 있다. 전국적으로 불법음반 단속은 98년 265만여점, 99년 398만여점에 이르렀으나 불법복제 조직이 점조직화, 단속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가수와 제작사간의 계약위반으로 인한 난타전도 잡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0..지역 현황

국내음반시장의 점유율 10%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음반산업은 체계적인 지원이나 음반산업에 대한 인지도가 결여된채 영세한 개인 음반업자의 손에 내맡겨져 있어서 고사직전에 있다. 대구 음반제작사로는 '지하예술'과 '독립문화공동체'가 손꼽히고 있다.

지난 99년 서성교(33)씨가 설립한 지하예술은 2000년 3월 대구지역 락밴드들의 독립앨범을 출시한데 이어 8월 락밴드 'e-day'의 솔로앨범을 내놓았다. 흥행은 제작비 1천만원을 겨우 건지는 수준에 그쳤다. 92년에 결성된 락밴드 'Trace'의 보컬로 활동하면서 서울에서 1집 앨범 'Jump'를 출시한 경험을 살려 대구에서도 두장의 앨범을 제작했지만 높은 벽을 실감했다.

"언론사 홍보와 마케팅, 음악 인구 모든 면에서 서울과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대구의 음반제작환경은 열악하고 시장성이 떨어집니다".

서울산 음반이 아니어서 겪어야하는 편견과 마케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적인 네트워크의 부재,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음반을 CD나 테이프로 만드는 공장의 서울 집중화, 뮤직비디오 제작자와 프로듀서 양성기관의 중앙 편중 등이 겹쳐져 지역 음반산업은 악전고투를 하고 있다고 서씨는 지적한다.

지난해 5월 독립문화공동체를 세워 락밴드 '아프리카' 1집 앨범을 출시한 강승효(36)씨도 "여건이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대구에서 음반을 만드는데 한계가 있다"며 "음반을 만든 뒤 발로 뛰어다니며 음반을 판매해야할 정도로 음반관련산업이 세분화되어 있지 못하고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처리해야한다"고 어려움을 털어 놓았다.

초보단계인 대경대학 연예매니지먼트과, 대구예술대 실용음악과, 성덕대학 실용음악과에서도 음반 제작이나 음반산업과 관련된 인재가 양성되면 그때는 좀 나을까.대구시도 40억원을 들여 올해 계명문화대학에 건립할 문화산업창업보육센터도 음반산업의 창업에 필요한 오디오 비디오 등을 갖추고 대여해 줄 계획을 갖고 있어 한가닥 희망을 걸게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음반업계의 경우 크리스마스 시장을 겨냥해서 일년전부터 시대적 흐름을 읽는 트랜더 분석가와 자본주, 가수 등이 제휴하는 치밀한 전략아래 일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 문화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과 투자를 지금이라도 달리해야하지 않을까.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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