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주차장 얌체 극성

입력 2001-07-20 00:00:00

16일 오전 10시쯤 대구시 동구 신암동 대구시지체장애인협회 사무실 앞 노상주차장. 이곳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는 장애인자동차 표지를 부착하지 않은 강원1러21XX 그랜저 승용차가 2시간째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이곳에 걸려 있는 '장애인협회' 간판이 무색해진다"며 "여기가 이 정도라면 다른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은 오죽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장애인이 없다. 지난 99년 장애인주차장에 대한 불법주차 단속이 시작된 이래 매년 얌체차량 적발건수가 증가하고 설치된 장애인주차장구역도 규격이 너무 작아 장애인들이 불편을 느끼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99년 장애인주차장 단속실적은 7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80건으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장애인주차구역 설정이 늘면서 비장애인 운전자들이 얌체주차를 하고 있는 것.

장애인주차구역이 설치된 곳도 대부분 규정보다 좁게 그어져 장애인들이 차량을 오르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구 대현동 농협중앙회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은 너비 2.5m, 길이 3m에 불과해 비장애인 운전자도 이용하기 힘들 정도. 관련법규엔 너비 3.3m, 길이 5m 이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동대구역 주차장은 비장애인 얌체차량들의 불법주차가 극성을 부린다는 이유로 주차 진입로에 차량 진입 방지봉을 설치하고 자물쇠로 잠궈버렸으며 장애인들이 주차를 하려면 역에서 장애인임을 증명하고 열쇠를 받아와야 하는 실정이다.

대구시 장애인 편의시설설치 시민촉진단 최봉준 소장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의 경우 같은 장애인인 3, 4급 장애인들도 1, 2급 휠체어 장애인들을 위해 주차를 자제하고 있다"며 "중증 장애인들을 배려해 법이 규정하는 충분한 주차공간을 확보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는 이와 관련, 18일부터 이달 말까지 장애인주차구역내 비장애인의 주차행위에 대한 일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장애인주차구역에 주차하다 적발된 비장애인 운전자에게는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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