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녹음을 죽부인 삼고 풀냄새 알싸한 바람을 부채삼아 연극 한편 관람 어때요?. 도시를 비켜 난 지역 도처에서 야외공간을 활용한 연극 행사가 풍성하다. 여름 휴가를 납량식 문화 향수에 흠뻑 취해 보내고 싶은 이라면 아이들 손잡고 산넘어 저쪽 그 세계로 한번 나들이 해 볼 일이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7.28~8.12)= 연출가 이윤택과 연희단거리패가 건설한 밀양연극촌과 그 일원에서 올 여름 처음 개최되는 자연친화형의 새로운 지역 연극 축제.
폐교된 월산초교(5천평)를 빌려 지난 99년 10월 문패를 내걸은 이 곳 한 교실에 마련된 대연습장에는 16일 오후 2시쯤 시작된 '시골선비 조남명'(이윤택 작.연출) 연습이 한창이었다. "상대방 소리를 들으면서 화음이 이뤄지도록 집중력을 가져야지", "거기선 그렇게 하지말고 첫 소리를 좀 더 내질러야 대사가 전달되는 거야".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악명'높은 연희단거리패 '꼭두쇠' 이윤택씨는 어설픈 한 대목, 한 대목을 그 때마다 나무라고 그럴 때 마다 신기하게 한 장면 한 장면이 힘으로, 때로는 자연스러움으로 새롭게 살아나고 있었다. 영상 30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한 낮. 1시간 가량 계속된 연습에 연희단거리패 15명의 출연진들은 땀범벅이었다.
"내가 회제(이언적) 집안 자손인데 어쩌다보니 조식 선생을 먼저하게 됐어". 이윤택씨가 1차 연습을 마치며 기자를 향해 떠는 너스레다. 이 작품은 근래 특히 선비문화에 심취한 이윤택씨가 그 첫 시도로 올리는 작품인 만큼 열정이 배가되고 있었다.
축제기간인 8월 8일과 9일 오후 7시 30분에 무대에 오른다.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는 3차원으로 구성됐다.
그 하나는 밀양문화체육회관에서 열리는 이윤택 작품전 등 기획축하공연. 손숙의 '어머니', '오구'(이윤택 작, 조구환 연출), '시골선비 조남명', '리어왕'(세익스피어작, 이윤택 연출) 등이다.여기에 축하공연으로 고스트패밀리 & TNT 힙합콘서트 및 장사익의 노래, 하용부.이윤석의 춤판과 김경숙 무용단의 조인트 콘서트 등 볼거리가 더해진다. 특히 전훈, 박근형, 양정웅 등 소위 잘나가는 30대 젊은 연출가들의 작품인 '회상', '대대손손', '피의 결혼'도 공연되며 프랑스 마르셀 마르소 마임학교를 졸업한 마임니스트 남긍호씨도 마임으로 힘을 보탰다.
다음은 대학극단과 신생극단 중심의 미래의 연극인력 공연. 가야대 연극영화과 작품인 '약장사'를 비롯, 중앙대.동서대.성균관대.경기대 등이 각각 한 작품씩 공연하며 진해극단, 분당극단, 부산극단 등도 한 작품씩 무대에 올린다.
마지막으로 젊은 연극 인력 교육훈련을 위한 워크샵 코스. 이윤택이 주도하는 STT연기훈련, 우리의 몸짓과 우리 소리 훈련, 남긍호 마임워크샵 등이 이어진다.
이들 모두는 밀양연극촌내 숲의 극장과 스튜디오 극장 등에서 펼쳐지게 된다.
▲밀양문화체육회관-일반 1만원, 학생 5천원. 6편 종합관람관권 3만원.
▲밀양연극촌 숲의 극장.스튜디오 극장-일반 5천원, 학생 3천원. 전 공연(15편)3만원. 055)355~2308
포항 제1회 바다연극제=지난 5월 개장한 16만평의 포항 환호 해맞이 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자연, 바다, 포항'을 주제로 포항 바다연극제가 10일간의 일정으로 7월말쯤 열릴 예정이다. 이 곳은 영일만과 포항제철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데다 야경도 일품.
올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대구 극단 연인무대의 '돼지사냥'을 비롯, 경주 극단 에밀레의마당극 '다시라기'. 서울 극단 76단의 '대대손손', 포항 은하극단 '산국' , 진주극단 '오구' 등과 부대행사로 심포지엄과 워크샵이 준비돼 있다. 그러나 관련예산 마련이 쉽지 않아 최종 결정에 진통을 겪고 있다. 054)245-6062.
제 13회 거창 국제연극제(KIFT)=31일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위천면 수승대 야외공연장에서 개막식을 가진 뒤 8월 1일부터 15일까지 거창 일원 10개 실내.외 극장에서 펼쳐진다. 거창군과 사단법인 '거창연극제 육성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는 프랑스, 일본, 러시아, 중국, 이탈리아 등지의 8개 해외극단 및 국내 18개 극단이 참가해 수준높은 창작극과 번역극을 보여줄 전망. 또 부대행사로 여름연극 아카데미, 학술세미나, 페이스페인팅, 무대미술설치전 등으로 볼거리를 크게 늘였다. 거창군 한 관계자는 "예상관람객수를 올해는 5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했다. 055)944-4738.
성주 제 14회 민족극 한마당=전국 20개 정회원 및 11개 준회원 극단으로 구성된 전국민족극운동협의회(의장 문무병)가 주최하는 제 14회 전국민족극 한마당이 올 여름 천연기념물인 성주 성밖 숲버드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녹음과 함께 8월 9일부터 12일까지 펼쳐진다. 관람료는 무료다. 054)931-5341
배홍락기자 bhr222@imaeil.com
연극사관학교장 이윤택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기획 의도는.
△지역극단과 미래의 연극인력들을 이런 기회를 통해 키우자는 것이다. 전훈 등 '젊은 연출가전'도 그 때문에 추가 기획됐다. 관객들도 야외에서의 이같은 공연에 환호할 것이다. 지금까지도 매주말마다 한편씩의 연극공연을 올려왔는데 와 본 사람들은 너무 좋다고 한다. 60명에서 최대 200여명정도가 공연을 즐기기 위해 이 곳에 오곤하는데 대구 시민들이 가장 많다. 이같은 기획들이 지역 축제를 개선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본다.
-'연극인 사관학교'로도 불리는 이곳의 하루 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아침 7시에 모두 일어나 8시 30분까지 범부춤 등으로 몸을 풀고 9시부터 춤, 소리 등 각자 자율적으로 훈련한다. 오후에 연습하는데 나는 4시간 정도를 지도한다. 저녁엔 자율연습이다.
-연희단거리패 등 60여명이 기거하는데 이들은 받는 개런티는. 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나. △50만원에서 400만원까지 다양하다. 최근 최저와 최고 개런티가 너무 차이가 나 상한을 300만원으로 한정했다. 생각에 따라 이 곳은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다. 연극을 사랑하고 잘하고 싶다는 열정을 갖고 있다면 이 곳은 적절한 곳이다.
- 최근 연극 '오구'를 영화화하겠다고 밝혔는데.
△영화가 너무 선정적, 대중영합주의로 흐르고 있다.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밀양 태로리 여주 이씨 집성촌에서 주로 찍게 될 것이다. 출연자 및 투자자를 모집중이다.
-대구 지역에선 가야대가 유일하게 참석하고 있는데.
△여러 극단에 참여를 요청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배홍락기자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