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또 다시 내수진작책을 들고 나와 자칫 구조조정의 강도가 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13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최근 중남미 경제위기 등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불거지면서 국내경기가 다시 급속히 얼어붙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제한적 수준의 내수진작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주택기금 등 각종 사업에 투자하는 공공기금을 가급적 3/4분기에 앞당겨 사용하고 공기업의 건설투자도 최대한 앞당기기로 했다.
연초에 이미 정부는 경기활성화를 위해 올해 예산의 60~70%를 상반기 중에 조기 집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빗나가자 이제 다시 공공기금을 동원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 거듭 밝힌대로 한국경제의 장기불황은 미국과 일본의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부진이 가장 큰 요인이다. 따라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내수진작책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지금은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여 내실화에 주력해야할 시점이라고 본다. 가뜩이나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자금이 살포될 우려가 높은 판국에 섣부른 내수진작책은 오히려 개혁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초래할 지 모른다.
때마침 정운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강연회에서 "대기업의 정리를 유보하고 있어 정부의 구조조정 의지를 의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13일 "한국이 구조조정을 중단하면 아르헨티나처럼 위기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며"시장원리에 따라 부실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을 처리해야 하며 단기적 경기부양책에 의존해서는 안된다"고 밝힌 것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 세계경제에 적신호가 계속 감지되고 있어 한국경제의 앞날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게됐다. 이럴 때 일수록 당국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만에 하나 인기에 영합하는 경제정책이 돼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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