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허리는 좀 어떻습니까?"13일 오후 1시30분 점심시간을 이용해 왕진가방을 들고 대구 수성구 지산동 지산5단지 영세민 임대아파트에 들어선 임재양 원장(46). 임 원장은 혼자 사는 손병익 할아버지(77)의 몸 이곳저곳에 청진기를 대며 아픈 곳을 물었다. 진찰을 마친 임 원장은 '무더운 날씨에 어떻게 지내는지' '방안에 바퀴벌레는 많이 나오지 않는지' 집안 일에 대해서도 걱정을 했다. 지난 4월 할머니를 잃은 손 할아버지는 "임 원장이 아픈 곳도 고쳐주고 아들처럼 말벗도 돼줘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의사들이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가정 한 의사 주치의 맺기 운동'을 펴고 있어 화제다. 수성구의사회 이재민 회장(동아정형외과), 박한배 동아신경외과원장, 배소영 수영의원장, 김윤수 정형외과원장, 석대식 석피부과원장, 김주성 현대병원 부원장 그리고 임 원장이 그들.
이들이 방문진료를 하고 있는 14 가구는 한결같이 딱한 형편. 남편없이 자녀를 키우는 40대 유방암환자, 중풍으로 바깥출입이 불가능한 60대 할머니, 할머니는 중풍·어머니는 정신박약·아이는 농아인 가정 등….
수성구 의사회가 이 운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대부분 의사들은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의약분업사태를 겪으면서 시민들이 의사들에 대해 엄청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많은 의사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재민 회장은 "소외된 이웃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시민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고 말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50여명의 수성구의사회 회원들은 매달 3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내고 있고, 10만원씩 기탁하는 회원도 있다. 후원금은 수성구의 5개 사회복지관에서 추천한 가정에 생활보조금으로 지원되고 있다.
박한배 원장은 "방문 진료를 하면서 우리들의 작은 봉사가 이들에게는 큰 위안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더 많은 동료 의사들을 이 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가정주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수성구 의사회(053-754-9508)로 연락하면 된다.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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