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나라 장관님 고맙습니다

입력 2001-07-13 15:23:00

필자는 안동자원봉사센터에서 활동하면서 매주 토요일마다 생활보호대상자들을 만나 이들을 자원봉사자들과 연결시켜 준다. 주소만 들고 찾아가기 때문에무척 힘들기도 하지만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을 때는 너무나 많은 인생들을 만나는 즐거움과 다른 한편으로 가슴이 져며옴을 느끼곤 한다. 이런 가운데 생활보호대상자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한번은 안동시 면(面)부의 할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도로변 묘지가 있는 밭에서 할머니를 만났는데 80세가 넘었고, 백발이 성성했다. 밭 한가운데 쌍분(雙墳)이 있었고 할머니는 20세에 혼자되어 60평생 자식도 없이 혼자서 할아버지를 지켜왔다고 한다. 묘지 가운데 움막이 한 채 있었는데 들여다보니 화장실이었고 용변이 보고싶으면 용변을 보고 쉬고 싶을 때는 쉬기도 하는 곳이라 했다. "비가 오면 밭이 물에 잠기고 경작물도 못쓰게 되고, 묘지의 일부도잠겼는데 나라 장관님들이 도로를 높여줘서 2, 3년 전부터는 고추도 조금, 상추도 조금씩 해먹는다. 그리고 나라 장관님들이 오셔서 목걸이(응급경보목걸이)도 해줘서 안심하고 지내고 있고, 나라 장관님들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손바닥만한 종이(의료보호카드)를 만들어줘서 병원도 자주 가고 너무나 편안하게 살고 있다. 너무 고맙다" 고 말씀하셨다.

할머니를 만나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우선 삶에 대해 너무나 진지하고, 순수하다. 한편으로는 너무나 무지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60평생을 혼자서 묘지를 지켜온 할머니, 화장실 겸 쉼터, 나라 장관님들이란 호칭, 눈물겨워 하면서 고맙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인생에 누가 돌을 던지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그런 인생에 돌을 던졌고, 그런 인생 위에 눌러앉아 호위호식 했던 것은 아니었던가? 장관님이라 부르는 순수한인생들을 돌아보아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가톨릭상지대학 사회복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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