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전라남도 영암에 다녀왔다.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김창조 선생을 기리는 학술대회가 열린다고해서이다. 여러 가지 일로 바빠서 갈까말까 망설였지만 국악인들이 대거 참여하고 숙식도 공짜로 제공한다고하니 도대체 어떤 대회인가 궁금하기도 하고, 또한 30년 동안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결국 학술대회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경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부산에서 부산대 교수 두 분과 함께 성능도 시험할 겸 새로 장만한 디젤 승합차를 몰고 떠났다. 시원스럽게 뚫린 남해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 단숨에 달려 섬진강변에서 재첩국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영암군민회관에 도착했다. 이미 개막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없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작은 시골 마을에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19세기 말에 태어난 김창조 선생은 1500여년 동안 밋밋하게 연주되어온 국악의 테크닉을 농현(바이브레이션) 등을 넣어 맛깔스럽게 우리의 감정을 마음대로 표현하도록 연주법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그 음악이 바로 산조이다. 이후 가야금의 여러 유파로 새끼를 치고, 이웃 악기인 대금, 피리, 거문고, 해금 등에 영향을 미쳐 각종 산조음악이 생겨난 것이다.
영암군은 군 정책사업으로 총예산 중 문화사업에 10%를 투자한다고 한다. 잊혀지고 묻혀진 문화를 발굴해 군을 특성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일본 오사카와 연계한 왕인문화축제와 김창조 현창사업추진위원회 구성 등은 그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필자는 영암에서 경북의 안동과 같은 인상을 받았다. 이런 점과 비교해보면 중국 북경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폐막식에 대구시립국악단 한국무용팀이 공연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의미가 크다 하겠다. 그런데 필자가 거주하는 경주는 그러한 열성이 보이지 않는다. 등잔 밑이 어두워서 안보이는 탓일까.
대구시립국악단 지휘자.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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