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눈물의 94學番

입력 2001-07-12 14:49:00

실업(失業)은 항상 고통스러운 것이지만 그중에서도 청년 실업은 한 사람의 인생이 초반부터 통째로 망가진다는데서 더욱 심각하다. 대학 시절 가졌던 청운의 뜻을 펼쳐보기는커녕 졸업자의 절반가까이가 졸업장을 받아쥐면서 곧바로 실직자 대열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우리 현실은 참으로 답답하기만 하다.

▲이 가운데서도 90년대에 대학에 들어온 젊은이들은 참으로 불운하다. 특히 남자 대학생 91~92학번(學番), 여자 대학생은 93~94학번, 그중에서도 94학번은 '눈물의 학번'으로 불릴만 하다. 졸업기인 98년부터 99년 전반기까지 IMF로 신규채용 기업이 거의 없어 이 학번의 졸업생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대학원으로 진학하거나 군복무.해외연수로 사회 진출의 타이밍을 늦췄다.

▲그러나 이들이 3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복교한 요즘 우리 사회에는 제2의 IMF 위기란 말이 나올만큼 취업난이 여간 심각한 게 아니고 보면 이들이 겪는 좌절감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어찌 보면 실업은 91~94학번만 겪는 불운이 아니라 90년대에 대학을 다닌 젊은이들 모두가 겪는 아픔인 것만 같으니 큰 일이다. 금년도 대졸자를 비롯한 청년층의 실업자는 28만여명이고 이나마 증가 추세이다. 그런데 이들이 만28세가 되면 취업 연령제한에 걸려 사실상 일자리를 포기해야할 형편이기 때문에 청년 실업은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청년 실업이 늘어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먹구구식 교육 행정 탓으로 보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업고도화에 따른 인재양성보다는 교육 공급자의 편의에 따라 인문 사회계열 위주로 대학을 확장한 결과 오늘과 같이 대학을 나온 학사는 많되 쓸모 있는 인재는 별로 없는 기현상을 초래한 게 아닐는지. 대학이상의 교육을 받고도 그수준 이하의 능력자가 할 수 있는 일자리에 취업한 사람이 34%나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우리 교육의 낭비현상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대학의 전공과는 관계없는 일자리에서 '대과없이 일을 잘하고 있는'(?)사람이 무려 32.9%나 되는 우리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인재 양성과 그 관리에 소홀했던지 짐작할만 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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