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스타전 홈런 맞은 박찬호, '좋은 추억됐다'

입력 2001-07-12 12:22:00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 첫 출전한 박찬호(LA 다저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베테랑 칼 립켄 주니어(볼티모어 오리올스). 박찬호가 28세의 승승장구하는 메이저리거지만 립켄은 올스타전에만 19번째 출전하고 불혹을 넘긴 41세의 대선수다.

그야말로 풋내기 박찬호에게는 립켄이 하늘같은 대선배. 11일 시카고 세이코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올스타전에서 두 선수는 홈런을 맞고 치며 공하나에 명암이 갈렸지만 모두가 승자였다.

박찬호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랜디 존슨에 이어 3회말. 내셔널리그 두번째 투수로 나온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방증. 찬호는 첫 타자로 칼 립켄 주니어를 만났다. 립켄은 마지막 올스타전 출장까지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려는 듯 박찬호의 초구를 여지없이 때려 홈런을 만들었다. 이 홈런으로 립켄은 올스타전 MVP까지 거머쥐었다. 자신의 올스타전 2번째 홈런으로 91년 이후 10년만에 2번째 올스타전 MVP를 따낸 것.

립켄은 82년 5월30일부터 98년 9월19일까지 17년간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인 2천632경기 연속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철인(Iron Man)」

박찬호는 이 홈런 하나로 비록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지만 립켄은 박찬호가 던진 공 하나로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을 만들었다.

박찬호는 립켄에 이어 두번째 타자인 이반 로드리게스를 2루수 땅볼, 메이저리그에 일본 열풍을 몰고오며 올스타투표에서 최다득표를 한 이치로를 2구째 2루수 땅볼로 유도, 한국과 일본야구의 자존심 대결을 간단하게 끝냈다.

박찬호는 이어 메이저리그 최고액 연봉(10년간 2억5천200만달러)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삼진으로 잡은 뒤 4회말 존 버켓(애틀랜타)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내셔널리그가 1대4로 패해 패전투수가 됐다.

경기후 박찬호는 『립켄에게 가운데 직구를 던졌는데 홈런을 맞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기분은 나쁘지 않다. 립켄에게 맞은 홈런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며 스타로서의 여유를 보였다.

이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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