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생산성마저 중국이 앞섰다

입력 2001-07-09 14:01:00

중국의 생산성이 일부 분야에서는 벌써 한국을 앞지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미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10년 내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의 주력산업이 모두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그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데 경악을 금치못한다.

삼성SDI가 올연초 실시한 경영평가에서 중국 선전(深土川)공장이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30개 브라운 공장에서 생산성 1위를 차지, 한국 모기업인 수원공장을 앞질렀다는 사실은 이제 시장에서도 주객(主客)이 전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분석이다. 브라운 공장뿐 아니라 타이어, 모직, 화섬업계에까지 이같은 현상이 보편화 돼 국내 기업들조차 생산설비를 중국으로 이전하려고 줄을 서고 있다니 자칫 우리경제의 공동화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세계화는 바로 속도의 경쟁이다. 우리는 그 경쟁에서 그동안 얼마나 주춤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의 기술력과 중국의 값싼 노동력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는데 뒤처진 중국경제가 최대 강점인 '저임금'을 앞세워 이제는 '고생산성'으로 치장까지 하고 나섰으니 한국 경제의 앞날은 불보듯 하다. "인건비가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면서도 생산성이 한국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는 이미 중국과 한국경제의 역전이 상당 부분 진행됐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 경제는 이제 겨우 1인당 GDP 1만달러 안팎인데도 이미 선진국병이 만연해있는 상태다. 정치는 대중인기주의에 영합,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고 있으며 사회는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 노동조합을 비롯한 각종 이해단체는 제목소리 내기에 영일이 없다. 적게 일하고 흥청망청대는 남미화(南美化)의 전조는 아닌지 우리는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제 겨우 빈곤의 늪에서 헤어난 한국경제가 더 이상 날개를 달지 못하고 안주(安住)한다면 이는 곧 패배를 의미하는 것이다. 중국의 무서운 질주가 우리 경제를 새삼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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