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창간 55주년 특별기획-"지역 특화산업 육성 경제회복 원동력"

입력 2001-07-06 00:00:00

김대중 대통령은 창간 55주년을 맞은 매일신문과 특별회견을 갖고 남북관계, 경제문제, 국내정치, 지역균형발전 등 각종 현안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견해를 밝혔다. 청와대 접견실에서 가진 이번 회견에는 매일신문 정재완 사장과 황인보 편집국장이 참석했다. 다음은 김 대통령과의 일문일답 요약.

-국민의 정부가 수립된지 3년여가 지났습니다. 임기를 1년반 남겨둔 지금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국정현안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 경제를 살리는 일입니다. 경제의 상시개혁을 이루고 지식기반을 강화해서 경제 재도약과 민생안정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충실히 수행해갈 것입니다. 그 첫번째 소명은 남북간 평화와 교류협력의 증진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일입니다. 두번째는 지식정보화시대를 선도해 나감으로써 세계일류국가로 도약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새로운 역사적 격변기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길이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번영된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민주주의와 인권이 신장되고 생산적 복지가 실현되는 민주복지국가를 구현해 나가는데도 제가 가진 능력과 정성을 다할 것입니다.

◈정보화선도 일류국가 도약

-지난 6월15일로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았습니다. 지금까지의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현재 남북관계가 일시적 소강상태에 있으나 거시적으로 보면 남북간에는 평화와 화해협력의 흐름이 시대의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의 1년을 돌이켜보면 이산가족 교류 증대, 장관급 회담 등 여러 분야의 당국간 회담, 경의선 연결 합의, 남북경협 합의서 채택 등 역대 정부가 반세기 이상 추구해왔던 많은 과제들을 이루어냈습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남북간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이 지속된다면 향후 남북관계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을 통해 한 단계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북미간 접촉이 시작됐습니다만 아직 남북관계가 개선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아직 진전이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답방 여부와 시기를 포함한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 전망해주십시요.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답방 시기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으나 남북정상이 함께 서명한 남북공동선언의 합의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행될 것으로 봅니다.

앞으로 남북관계는 정체상태가 풀려가는 방향에서 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북정책 검토 완료, 금강산 관광사업문제 등 남북관계의 제약요인 해소, 그리고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기념하는 남북공동행사 개최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 등을 감안하면 조만간 남북 당국간 대화 재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되면 우선적으로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사업 계속 추진 △4대 경제협력 합의서 발효 △이산가족문제의 근본적 해결 △금강산 육로관광 추진 △군사적 신뢰구축 등의 과제들을 협의해 갈 것입니다. 아울러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자연스럽게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작년말 이후 경기둔화 진정

-최근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계속 감소하는 등 실물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불식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 회복을 위한 대책과 향후 전망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요.

▲작년말 이후 경기둔화세가 진정되고 연초 100만명을 상회하던 실업자수가 지난 4월 이후 70만명대로 낮아지는 등 일부 지표면에서 나아지고는 있으나 미국·일본 등 세계경제의 부진으로 아직 본격적인 경기회복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수출과 투자가 계속 부진한 상황이어서 걱정스럽습니다.

이미 지난 2일 밝힌 바와 같이 올 하반기에도 상시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등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수출·투자 활성화와 IT(정보산업)·BT(생명공학산업)·NT(극미세 나노 산업) 하이테크산업의 중장기적인 육성을 통해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올 하반기에 개별기업의 구조조정 현안이 마무리되어 불확실성이 축소되고 세계경제의 회복과 함께 수출과 투자가 활성화되면 우리경제는 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대통령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감정이 해소됐다는 평가는 나오지 않고 있고, 내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도 지역 분할구도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치현실을 타개할 구상은 있습니까.

▲지역감정은 과거 자유당·민주당 시절에는 없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도 처음 대통령 선거에서 다른 지역에서 졌지만 호남에서 이겨서 당선되었습니다. 이 때까지는 지역감정이 있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 후 권력자와 정치인들이 악용해서 지역감정이 생겨나고 악화됐습니다.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지역감정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일신문과 같은 언론계와 문화·종교계를 비롯한 국민 모두가 앞장서야 합니다. 어디서건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일은 여야를 막론하고 단호히 배척해야 합니다. 특히 선거에서 지방색을 이용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일은 끝내야만 이 문제는 해결됩니다.

◈지역감정은 단호히 배척

-민주당의 차기 대선후보는 언제쯤 가시화될까요. 또 후보가 갖춰야 할 요건은 무엇입니까.

▲민주당의 대선후보 선출시기는 당헌·당규에 따라 당의 의견이 종합되면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우선 국민을 하늘같이 받들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한 투철한 신념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21세기 지식기반시대에 대한 비전과 중산층·서민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도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남북간 화해협력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감으로써 평화공존과 평화교류 속에 장차의 통일에 대비하겠다는 자세와 노력도 중요한 요건이라고 생각합니다.

-IMF위기 이후 지방경제의 침체는 더욱 심각한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과밀화가 인구 및 경제력 집중을 가져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개발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도권·지방간 격차를 해소할 방안은 있습니까.

▲지적한대로 수도권 과밀은 경제적 효율성 뿐만 아니라 국가 안보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지역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인구의 삶의 질에도 문제가 됩니다따라서 정부는 인구·산업 등의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간 균형발전을 유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오고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추진전략' 등을 통해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 촉진, 밀라노프로젝트와 같은 지역전략산업의 육성 지원, 지방기업·생활여건의 종합적인 개선 등을 올해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균형발전특별법'을 제정, 지방이 중심이 되어 자생적인 발전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각 지역이 중심이 돼서 지역특색에 맞는 산업을 발전시키고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과 함께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는 활동도 적극적으로 벌여야 합니다.

◈외국기업유치 적극 나서야

-삼성상용차 퇴출 이후 대구지역 경제가 더욱 위축되고 있습니다. 특단의 금융지원과 대기업 지방분산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구상을 밝혀주십시오.

▲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한 경기하강 과정에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된 것이 사실입니다. 정부는 상대적으로 금융여건이 취약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대구지역의 경우 대구은행을 통해 보증과 대출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위탁보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며, 섬유산업과 같은 지역특화산업 기업에 대해서는 보증심사를 간소화하여 최대 4억원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도권에 집중된 대기업의 지방분산을 위해 수도권 기업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외국인투자기업에 준해서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기업 이전이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이 함께 노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대구지역 최대 현안인 위천국가산업단지 문제가 지역간 갈등으로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강합니다. 이럴 경우 대구지역의 공장난은 더 악화될 것이 확실시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주십시오.

▲대구지역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제조업이 중소기업체로 구성되어 있고 산업구조도 섬유업종에 편중되어 있어 국내외 경기변동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국토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위천국가산업단지의 조성이 매우 절실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는 환경의 중요성이 급격히 부각되고 있고 낙동강 하류지역 주민의 먹는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위천단지 지정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낙동강수질을 원천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낙동강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작년 6월 국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이 법률이 제정되고 낙동강 수질 향상의 계기가 마련되면 위천국가산업단지 지정에 대한 공감대도 형성될 것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위천단지 조성을 신중히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광역시 통합 차분히 추진

-도청 이전이 추진되던 광주·전남에서도 다시 시·도 통합론이 제기되고 대구·경북에서도 통합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시·도 통합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광역시와 도를 통합하는 것은 장단점이 있을 것입니다. 주민생활권과 지역경제권의 일치, 광역행정의 효율성 제고, 지역단위 주민통합, 주민정서상 일체감 조성 등 장점이 있는 반면 지역부존자원의 효율적 배분 곤란, 지역환경관리상의 갈등 등의 문제점도 적지 않습니다.

행정적으로도 기구정비 등 막대한 행정경비가 소요되고 행정인력의 감축관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따라서 시·도 통합문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충분히 고려하여 지역내에서 스스로 합의점을 도출하고 시·도의회 의결, 시·도지사의 합의, 국회법률 제정 등 소정의 법적 절차를 거쳐 차분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정리=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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