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살기 어려운 서민들 사이에는 '북한에만 퍼주지 말고 우리에게도 좀 달라'는 말이 나돈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기만 하는 남쪽의 문제들은 뒤로 제쳐놓고 북측에만 '햇볕'을 쬐려고 한다는 비판의 화살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권은 야당과 보수층이 발목잡기만 일삼는다고 몰아붙인다. 문민정부와 단순 비교해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비친 적도 있다. 그런데 과연 국민의 정부가 민심의 동향을 제대로 읽고 하는 소리인지, 애써 모른 척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정부는 최근 좌초 위기에 놓인 금강산 관광사업을 위해 한국관광공사가 현대아산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벌이도록 할 움직임이다. 햇볕정책의 상징인 이 사업이 중단될 경우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하는 정부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남북 협력기금 900억원은 역사와 민족의 제단 앞에 헌금해도 괜찮다'며, 되레 정부측을 설득해서 추진한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욱 가관인 것은 지방까지 '퍼주기' 바람이 일고 있는 현상이다. 충남이 오는 10월 전국체전의 성화를 묘향산에서 채화하는 대가로 북한이 100만 달러나 요구한다는 소리는 또 뭔가. 주최측은 현물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라지만, 지자체가 전시성 이벤트 행사 하나에 과연 그런 거액을 들일 형편인가. 단독 결정이 아니고 대북 퍼주기를 지방까지 확산시키는 일이라면 정부가 비난을 받아 마땅할 것이다.
'퍼주기'라는 비판은 북에 대한 물적 지원의 개념만으로 파악해서도 안된다. 주는 게 있으면 어느 정도는 반대급부가 있어야만 한다. 우리가 바라는 급부는 남북 간에 다 같이 필요하고 이로운 양자관계의 정상화다. 그러나 대북 햇볕정책의 반대급부로 받은 건 북의 고자세와 제멋대로의 행태가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 정부가 국민들에게 그에 굴신하느라 허리가 휠 정도라고 비친다면 국민들의 눈만 탓할 수 있을까.
더구나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면서도 애걸복걸하는 듯한 정부의 처신과 받으면서도 오만하기만 한 북한의 자세를 좌시하고 있어야만 할 것인가. 이래서야 무슨 화해고 협력에 신명이 날 것이며, 북한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생기겠는가. 자기 곳간은 거덜나든 말든 북쪽에 햇볕을 쬐기 위해 만년 물주처럼 뺨맞으면서도 마냥 퍼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따질 것은 따지고 국민을 설득할 부분은 설득하는 균형감각을 회복해야만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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