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그러진 대구의 얼굴

입력 2001-07-04 14:30:00

영남제일관을 떠받들고 서있는 금호강변의 당당한 암벽은 오른쪽으로 동촌유원지의 무성한 미루나무숲과 왼쪽으로 팔현리 철새도래지와 연결되는 대구의 대표적 관문경관(關門景觀)이었다. 우리는 이러한 대구를 대표하는 훌륭한 경관 하나를 최근 잃어 버렸다. 이제 암벽은 파괴되어 거대한 호텔유리건물로 채워져 버렸고 영남제일관은 이 거대건조물의 한갓 장식물로 밖에는 보이지 않게 되어버렸다. 아무리 아름다운 건축물일지라도 암벽의 강건한 기품과 지형겵痴珦岵?역사성이나 지역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 더구나 이 호텔이 위치한 곳은 망우공원이라는 대구의 대표적 근린공원의 내부이다. 이미 파크호텔 신축시에 적법성 여부에 대한 무수한 논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이어서 바로 그 옆에 엄청난 규모의 호텔이 내보란 듯이 들어선 것은 대구 건설행정의 공공성을 의심하게 한다. 물론 이 건물은 국제 컨벤션센터를 겸하고 있고 박두한 여러 국제행사와 앞으로의 국제화 시대에 대비하는 도시기간시설로서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시설이 도시경관상 극히 중요한 지역을 파괴하면서 조성되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또한 이곳이 도시의 대표적 근린공원의 중심이라는 면을 볼 때 진입도로의 차량폭주 등 공원의 공공적 이용과 보행자의 안전문제에 심각한 손상을 가져오게 된다.

대구시는 앞으로 초대형 건물이나 단지 조성 때는 필히 입지선정단계에서부터 경관전문가와 시민대표가 참여하는 경관심의 과정을 제도화해 이러한 사태의 재연을 방지해야 한다.

이미지의 시대인 현대에 한 도시의 인상은 도시경쟁력의 토대를 구성한다는 면에서 도시의 기간자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기존의 대표경관들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고 새로운 대표경관들을 창출하는 것은 시민과 행정부의 역할이다. 나이 사십을 넘어서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경상감영 조영 400주년을 지나는 이 때 대구도 그 나이에 걸맞은 얼굴을 가지고 있는가 재삼 물어볼 필요가 있다.

김한배(대구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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