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재판엔 법원도 별수 없다?

입력 2001-07-04 14:31:00

서울고법이 선거법을 위반한 7명의 여.야 의원중 여.야 1명씩에게만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고 나머지 5명에 대해선 관용을 베푼 판결은 국민정서상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13총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혼탁했다고 선거를 직접 치른 국회의원들의 고백이 있었을 정도로 '부정선거'가 판을 친 선거였다는게 중평이었다.

그래서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선거재판담당법관회의에서 1년안에 부정선거를 한 당사자에게는 반드시 당선무효형을 선고하겠다고 했고 과거처럼 1심형량을 항소심이 낮춰 주는 사례는 없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법원에 계류된 총74건중 18건이 형확정됐으나 선거무효형은 단 한건도 없다. 그 나머지는 1?심에 아직 계류중인데 그중 5건이 서울고법에서 단2명만 선거무효형을 선고 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5명에겐 1심형량을 그대로 유지(기각)하거나 오히려 1심의 당선무효형을 깎아주는 온정을 베풀어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했다.

이 혜택을 받은 의원은 민주당 2명, 한나라당 1명이다. 이중 여당의원 1명은 수천명을 선거구로 위장전입시켰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큰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런 의원이 1심의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만원을 80만원으로 깎아 의원직을 유지시켜준다면 이 나라 사회정의는 이제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재판부는 "기소된 사안만 재판할뿐이고 사안의 경중에 따라 양형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그 충정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국민들이 최후의 보루로 믿었던 법원도 별수 없다며 크게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80만원벌금은 당선, 100만원은 당선무효'라는 선거법의 근본취지가 과연 선거현실을 제대로 재단한 것이냐는 근원적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이 기회에 선거법자체를 고쳐 '부정선거'를 한 후보는 당연히 무효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쪽으로의 법개정도 절실한 이슈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이 이런저런 이유로 봐주고 법원이 거들면 결국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의식만 팽배, 오히려 부정선거를 더욱 지능화시키고 모든 수단.방법을 동원한 불법선거가 자행되도록 하는 선거판으로 변질될 것이 뻔하다.

이런 점에서 법원의 보다 엄한 처벌을 우리는 다시금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지난 선거의 혼탁성으로 미뤄봐 '당선무효형'을 받은 의원들이 희생양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부정이 판을 친 선거였음을 대법원은 직시, 최종판결을 현명하게 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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