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존 레논 오노 요코를 만나다

입력 2001-07-03 14:17:00

올초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아줌마' 마지막 회에 무능한 대학교수 '강진구'가 존 레논의 이매진(Imagine)을 듣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 나온다. 'Imagine no possession…'이란 가사가 흘러 나오자, 강진구는 "소유지향의 삶에서 존재지향의 삶으로 변신하겠다"고 외치고 진보적인 지식인 운동에 가담한다.죽은 지 20년 넘은 존 레논의 영향력(?)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흥미롭지만, 'Imagine'(1971)은 레논의 반항적인 정서와 사고를 보여주는 명곡임에 틀림없다. 부인 오노 요코의 영향을 받아 만든 이 노래는 사유재산과 종교를 부정하고 '인류의 형제애'라는 이상향을 추구하는 내용이다. 얼핏 퇴폐적인 인간쯤으로 취급되기 쉬운 로큰롤 스타의 노래라고 믿기 어렵지만, 비틀스의 멤버였던 존 레논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존 레논, 음악보다 더 아름다운 사람'(제임스 우달 지음, 김이섭 옮김, 한길사 펴냄)은 굴곡많은 그의 생애를 조명한 책이 아니다. 저자는 존 레논과 오노 요코의 관계를 중심으로 "존 레논의 진면목은 비틀스 시절이 아니라 둘이 함께 지냈던 때에 나타난다"고 했다.

오노 요코는 팬들에게 비틀스 해체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비난받지만, 존 레논의 음악세계에 큰 영향을 준 파트너이자 인생의 동반자였다.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의 레논은 비틀스가 성공의 정점을 달리던 1966년 영국의 한 화랑에서 개념 예술가 오노 요코와 만난다. 1969년 첫번째 부인을 버리고 오노 요코와 결혼한 그는 그녀와 함께 침대에 누워 반전 캠페인을 벌이는가 하면 전위예술가를 자처해 자루에 몸을 넣고 TV에 출연하고, 좌파운동가마냥 북아일랜드 시위에 가담하는 등 온갖 기행을 벌인다.

저자는 "그의 위대함은 슈퍼스타로서가 아니라, 자신이 서있는 곳에 대해 극단적으로 사고하고 끊임없이 싸웠다는 점"이라고 했다. 부와 명성을 얻은 그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암살범의 총탄에 쓰러지는 그날까지 지칠줄 모르는 예술혼을 불살라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단지 슈퍼스타 존 레논의 생애만이 흥미로운 것이 아니다. 존 레논의 전기를 통해 1960년대 마약을 복용하고 정신적 방황을 겪던 서구 젊은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재미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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