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글러벌 에티켓

입력 2001-06-30 1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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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필자의 치과의원에 앞니가 부러진 초등학생이 찾아왔다. 백화점에서 이 학생이 뒤따라 오는줄 모르고 앞서가던 사람이 문을 닫아버려 생긴 일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문 뒤에 사람이 서 있으면 문을 잡아주거나 살짝 닫는 것이 예의인데 사람이 오든지 말든지 상관 않고 문을 닫아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우리 문화는 서양에 비해 유난히 '우리'라는 것을 강조하면서도 남을 배려하는 마음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다. 비단 공공장소에서 문을 여닫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에 걸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삭막해졌나 하는 생각이 든다.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쏟아지는 정보, 이에 적응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사회, 빠른 음악,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생존하려면 빨라야 한다는 태도 등 환경으로 인해 현대인들은 생각과 행동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단지 우리만의 일은 아니지 않는가!

뉴욕 맨해튼에서 공부할 때의 일이다. 병원 현관을 들어서려는데 앞서 가던 사람이 5m 정도나 떨어져 있던 필자를 위해 문을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연히 걸음걸이를 빨리해 고맙다고 인사했고, 상대방은 당연하다는 듯이 웃으며 응대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뉴욕하면 하루에도 사람들이 여럿 죽어나가는 살벌한 도시로만 생각해왔던 필자로서는 이 경험이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시민들이 남을 배려하고 생각해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을 보고 필자도 항상 문을 닫을 땐 뒤를 돌아보는 습관이 생겼다.

굳이 철학자 존 로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어릴 적부터 제대로 받은 가정, 학교교육이 훗날 우리의 자녀들에게 남에게 조그만 피해라도 주지 않겠다는 마음, 남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을 갖도록 만들며, 진정한 세계인을 만드는 것이다. 은혜로운 말 한마디는 길을 평탄케하고, 즐거운 말 한마디는 하루를 빛나게 하며, 때에 맞는 한마디 말은 긴장을 풀어주고, 사랑의 말 한마디는 축복을 준다는 말이 있다. 우리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인사에 인색하지 말았으면 좋겠다.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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