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수네 가족 한국행 안팎

입력 2001-06-30 14: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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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9일 오후 8시5분(한국 밤 9시5분) 싱가포르 항공편으로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한 장길수군(15) 가족 7명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내 대한항공(KAL) 라운지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대한항공 마닐라 지사의 한 관계자는 이날 기내에서 나와 대한항공 정비 사무실에서 머물고 있던 일곱가족을 자사 라운지로 데려다 준 뒤 "이들 모두 무척 밝은 표정에 건강해 보인다"고 밝혔다.

콜린 미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베이징 대표는 29일 오전 이들의 3국행 사실을 전격 발표한 뒤 "가족내에 다른 곳에서 충분히 치료 받을 수 있는 건강상의 약간의 우려가 있었다"면서 7명 중 일부의 건강 악화를 시사했었다.

이들은 당초 책상과 의자 몇 개만 있던 정비 사무실이 협소, 불편함을 호소해 라운지로 옮기게 됐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1인용 소파 20개가 놓인 약 20평 규모의 라운지에는 길수네 가족 7명외에 30세쯤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 1명(여)과 29일 서울에서 온 한국정부 관계자 2인 등이 함께 머물고 있다.

한편 길수군 외할머니는 정부 관계자들이 30일 오후 1시 아시아나 항공(OZ373)편으로 한국으로 들어간다는 말에 "이제야 살았구나. 정말 감사합네다"라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고 KAL 관계자들은 밝혔다.

0.."모두 아주 잘 잤습네다. 불편한 것은 없었시요".

장길수군의 외할머니는 30일 오전 6시쯤 KAL 관계자가 라운지에 들어서자 "걱정 말라"는 식의 말로 '아침'인사를 대신했다.

이 KAL 관계자는 "밤새 특별한 일은 없었으며 가족 7명 모두 환하고 밝은 표정들이었다"고 전하고 "여객들의 공항 진입에 앞서 이들을 7시쯤 정비 사무실로 다시 옮겼다"고 밝혔다.

아침 식사와 관련 이 관계자는 "공항 부근이어서 특별히 먹을만한 게 없어 생각만큼 푸짐한 음식(hot meal)을 대접하지 못하고 간편식 밖에 가져다 주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길수네 가족들은 29일 서울에서 온 2명의 정부 관계자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관계자와 환담을 나누고 있으며 '장난꾸러기' 길수군을 비롯해 가족들 모두 달변가로 말을 잘한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길수군은 정부 관계자 및 KAL 관계자들과 금방 친해진 듯 서슴 없이 농담 섞인 이야기도 많이 꺼내는가하면 맨발로 화장실에 가서 발을 닦고 오며 즐거워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어려움 없이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9일 저녁 싱가포르 항공편으로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뒤 보도진 등의 취재 공세를 우려, 맨 나중에 비행기에서 내린 뒤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 관계자들의 안내로 곧바로 대한항공 구역으로 들어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길수네 가족의 아시아나 항공 이용과 관련 한 관계자는 "한국의 국적기(KAL)를 이용할 경우의 북한측 반응을 고려, 아시아나를 이용하기로 UNHCR이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마닐라 주재 한국대사관의 이윤 정무참사는 30일 "사무실에서만 있어서 돌아가는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알고 있는 내용이 있더라도 사안이 민감한 만큼 확인해 줄 수 있는 입장이 못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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