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가 도로 신설, 미관지구 보조금 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로 신설 예정지에서 문화재가 출토돼 건설이 중단되고, 돈이 없어 상수도 공급확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 출토 및 자금 부족으로 중단된 도로.고속철 건설=경주 관문인 원화로를 끼고 시가지를 동서로 잇는 북문로(길이 1.3km, 너비 25m)는 1999년 12월 착공돼 작년 6월 준공 예정이었으나 아직 손도 못대고 있다. 신라시대 주거지.우물.담장.와편.토기에 이어 조선시대 유물까지 발굴됐기 때문이다. 건설 자금 164억원 중 41억원으로 편입 토지 등을 사들이는데 그친 상태. 지난 22일부터는 2차 시굴 조사가 착수돼 발굴이 더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주~감포 사이 국도 4호선의 4차로 확장 공사는 실시 설계만 끝낸 채 방치 중이다. 부산지방 국토관리청 도로2과 정병욱씨는 "건교부.기획예산처 등에 공사비를 요구하지만 내년 착공도 쉽잖다"고 했다.
경부고속철 경주 구간 건설도 토지 매입과 문화재 시굴 조사 등 문제로 차질이 우려된다. 건천읍 화천.송선.방내리, 내남면 월산리 등 10여곳은 문화재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시굴조사키로 확정됐다. 고속철 건설공단 이준석 문화재담당 팀장은 "문화재 시굴조사 구역부터 토지 매입에 착수해 본발굴이 결정돼도 공사를 병행할 방침이어서 공기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했으나, 발굴이 시작되면 조사에 2년 이상 걸려 2004년 착공이 쉽잖을 전망이다.
◇상수도 공급 확대도 차질 올 듯 =상수도 특별회계의 빚이 늘어 상수도 공급 확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997년 착공돼 10년 뒤(2011년) 준공 예정인 포항 광역상수도 사업에 경주시청이 부담해야 할 돈은 903억원. 준공되면 아직 상수도를 공급받지 못하는 강동.안강.천북.현곡.외동.내남.건천.서면 등 8개 읍.면에도 수도물을 공급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까지 168억원을 들여 4개 지구 송배수 관로 76km를 완공했을 뿐인데도 상수도 특별회계 채무상환 부담은 697억원이나 돼 추가 투자가 힘들어졌다. 시청 정의협 건설도시국장은 "일반회계 지원과 정부의 전폭 지원 없이는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논란 계속되는 민간 위탁=시청은 올해 토함산 자연휴양림을 (주)홍익문화진흥원에 위탁한 것을 비롯, 대릉원 등 9개 주요 사적지 관람료 징수 등 업무를 12억9천800만원 받기로 하고 민간에 맡겼다.
그러나 많은 돈이 드는 보수 공사는 시청이 부담해야 해, 시청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공무원 일부 감원뿐이다. 따라서 신분에 불안감을 느낀 공무원들의 반대가 상당하다. 시의회도 수익성만 쫓는 마구잡이식 민간 위탁에 우려를 나타내며, 공익 차원으로의 관점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시청은 내년 3월까지 도서관.환경사업소 등 17개 사업소도 민간 위탁할 예정이다.◇시민을 화나게 하는 일들=백지화된 경주경마장 건설이 재추진될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백지화된 손곡동 후보지 대신에 천북면 덕산리 혹은 건천읍 용명리 일대 각 30만평에 건설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건의 중인 것.
그러나 시민들은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의식한 기만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 공약마저 10년만에 백지화된 마당에 또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나"며 비판적이다. 특히 경주는 어느 곳이든 문화재 시비를 피하기 힘들어, 부지로 결정돼도 그 조사에 5년 이상 걸린다는 것.
시민들은 실현성 없는 경마장 건설보다 문화재보호법 개정이나 옛도시 보존법 제정 등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사적지 주변과 주요 관광도로변 미관지구에 지급되는 한옥 보조금조차 내년에도 동결될 전망이다.
미관지구인 내남면 이조리~삼릉간 도로변 등 4개 구간 건물 125동에 대해 ㎡당 15만원씩 1994년부터 총 18억원을 지원해 왔으나, 자부담이 과중한 등으로 호응이 낮다. 주민들은 한옥은 평당 건축비가 350만원 이상 들어간다며 보조금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경주시 건축과장은 "보조금 상향 조정이 절실하지만 국비 보조가 없는 한 내년에도 비관적"이라고 했다.
경주.박준현기자 jhpark@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