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 징병의 한국인 피해 당사자 및 유족 252명이 29일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약 1천만엔씩의 보상(총액 24억엔)을 요구하는 새 소송을 도쿄 지방 재판소에 낸다. 원고들은 21세기 들어 처음 제기되는 이번 전후보상 소송에서 일본의 침략 전쟁에 군인, 군속으로 동원된데 대한 피해보상 외에, 야스쿠니(靖國)신사가 한국인 희생자를 대거 무단으로 합사(合祀)시킨데 대한 위자료와 합사중지 등을 요구한다.
야스쿠니 합사 중지 요구에는 가족의 합사 사실이 확인된 유족 55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며, BC급 전범 및 시베리아 억류 피해자, 5천여명이 수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우키시마(浮島)호 폭침 사건의 생존자 및 유족들도 이번 원고단에 포함됐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참배를 공언, 파문이 일고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는 현재 2만1천명이 넘는 한국인 희생자가 합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야스쿠니 합사=일본 야스쿠니 신사의 일방적인 한국인 합사 행위는 일본 보수세력의 존황(尊皇)사상, 황국불멸 신앙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은 과거 전쟁에서 천황을 위해 목숨을 바칠 경우 야스쿠니 신사에 신으로 받들어진다는 국가 신도(神道)의 이데올로기 아래 수 많은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몰았다. 따라서 야스쿠니 신사의 합사자 명부는 이같은 국가 신도와 천황 이데올로기를 유지, 고양시키는 원천인 셈이다.
또 일방적 합사 행위는 징병 등으로 끌려간 가족의 생사확인조차 못하고 있는 유족들의 원성을 사는 것은 물론 일본측이 합사된 자국민 희생자들에게 취한 각종 원호조치 등은 철저히 외면해 왔다는 점에서 반인도적이란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된 한국인은 모두 2만1천181명(96년 기준)이며 지금도 합사는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합사 이유에 대해 일본측은 "전쟁 당시 한국인·대만인은 일본인으로서 일본을 위해 싸우다 전사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족들의 분노=야스쿠니 신사의 한국인 합사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 70년대. 일본내 기독교도 유족들이 종교를 무시한 채 가족에게 통보없이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한데 반발, 법정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한국인, 대만인도 합사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의 경우 90년대 들어 극소수 유족들이 일본에서 생사 확인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인들도 합사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다른 유족들은 이같은 확인 과정을 거쳐 가족의 사망 사실을 처음 알기도 했다. 한국 외무부는 당시 유족의 진정에 따라 일본정부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나 '합사자 명부가 있을 뿐'이라는 설명만 듣고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유족들은 야스쿠니 신사측이 침략 전쟁의 최대 피해자인 한국인 희생자들을 가족들에게는 알리지도 않은 채 멋대로 합사, '일본을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으로 떠받들고 있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외신종합=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