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휴가는 어디로 떠나볼까. 마음은 벌써 산으로 바다로 내달린다. 휴가는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색다르게 만나는 풍경에 취하기 마련이다. 여기에다 풍성한 그 지방의 먹거리까지 제대로 즐길 수 있다면 휴가의 즐거움은 곱절이 된다. 하루 이틀을 휴가지에서 보내다보면 자칫 식욕을 잃을 수도 있다. 이럴때 별미로 입맛을 돋우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면 더욱 기억에 남고 뜻깊은 여름 휴가가 될 것이다.
예로부터 맛의 고장 하면 전라도. 그 중에서 전라북도 음식은 향토색을 듬뿍 담고 있다. 전북은 절집과 문화유적을 끼고 있는 이름난 산이 많은데다 그 주변엔 '맛깔스런 깊은 맛'을 뽐내는 식당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계절마다 잡히는 해산물과 기름진 땅에서 나온 재료들에 인심좋은 아낙의 손맛이 더해 여행자의 입맛을 유혹한다. 해삼·멍게나 산낚지 한 접시만 있어도 부족함이 없을 여행길이지만 주변 관광명소도 둘러보고 미각 여행도 겸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전주를 중심으로 한 전북지역의 별미를 안내한다.
◈복분자술 곁들이면 피로'싹'
◇고창:선운사 풍천 장어구이=읍내는 물론 선운사 입구 주변은 한집 건너 장어집이다. 온통 장어 굽는 냄새가 진동한다. 바로 풍천 장어구이촌이다. 그런데 저마다 '원조'라고 내세운다. 이쯤되면 어느 집을 선택할까 망설여진다.
지글지글 구운 장어구이 안주에 복분자(산딸기) 술 한잔을 곁들이면 여행의 피로도 싹 가신다. 굳이 자연산이 아니더라도 한입 가득 씹히는 살맛이 우선 다르다. 장어의 내장과 뼈를 발라낸 다음 양념장을 바르고 굽는데 얼마나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느냐는 주방장 솜씨에 달려 있다.
고단백·고칼로리의 스테미너 음식인 장어는 일본인들이 먼저 알아보고 자연산을 대거 수입해 간다고 한다. 신덕식당 주인 정영기(37)씨는 "음식점에서 내놓는 장어는 거의가 치어를 6개월 정도 양식한 것"이라며 "자연산은 여간해선 구하기가 힘들다"고 귀띔한다. 또 이곳 장어집들은 복분자술을 내놓는데 맛있다고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얼큰하게 취하고 만다는 설명이다. 장어정식 1인분 1만4천원. 복분자술 8천원. 신덕식당 063)562-1533.
고창 여정에는 '호남의 내금강' 선운산 뿐만 아니라 고창읍성, 고인돌공원, 서정주 시인 생가 등 둘러볼 곳이 많다.
◈고소하고 담백한 국물 일품
◇부안:계화도 백합죽·백합구이=바닷가 횟집 아무곳이나 들어가도 조개가 넘친다. 부안은 바로 조개천국. '봄 조개 가을 낙지'라는 말이 있지만 부안군 계화면 앞바다 갯벌에서 잡히는 백합조개는 맛이 일품.
백합을 삶으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는데 여기에 쌀을 넣고 삶은 조갯살과 참기름을 한방울 떨어뜨리면 고소하고 담백한 백합죽이 된다. 구워먹는 맛도 괜찮다. 부안우체국 옆 계화회관(584-3075)은 주인부부가 20년째 바뀌지 않고 백합요리를 고집하고 있다. 백합죽 5천원, 백합회·백합구이 1만8천원.
변산반도 국립공원을 들른후 곰소만 줄포 젓갈시장에서 젓갈 고르는 재미도 쏠쏠하다.
◈생후 1개월 새끼돼지 쩌내
◇진안:애저찜=생후 1개월쯤 된 새끼돼지를 재료로 쓴다. 그래서인지 돼지고기는 잘먹어도 애저(哀猪)는 왠지 꺼려하는 사람이 많다. 애저는 원래 약으로 쓴데서 비롯된 보신 음식이다. 그러나 애저찜의 연하고 부드러운 살을 한번 맛 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다는 것. 미리 삶아두는지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바로 애저를 먹을 수 있다. 진안 공용버스터미널 맞은 편 진안관(433-2629) 1다리(2, 3명이 먹을 수 있는 양) 3만원. 1마리 12만원. 멀리서 보면 그 모양이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이름이 붙은 마이산이 지척이다.
◈갖가지 나물위에 육회 얹어
◇익산:황등 비빔밥=가마솥 장작불로 지은 밥에 나물과 갖은 양념을 넣고 그 위에 육회를 얹어 준다. 주방에서 비벼주는게 특징. 황등시장 부근 진미식당(856-4422) 1인분 6천원. 백제 30대 무왕이 10만평 대지위에 세웠다는 사찰 미륵사터와 국보 11호 미륵사지 석탑이 있다.
◈매콤한 무시래기 구미 당겨
◇완주:화산 붕어찜=붕어찜이 유명해진 것은 불과 5, 6년전. 찜의 부재료로 들어간 무시래기가 붕어 못지않게 구미를 당긴다. 붕어의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 고추장 등 갖은 양념과 들기름이 들어간다. 붕어찜을 다먹을 때 쯤이면 구수한 누룽지가 따라나와 매콤한 뒷맛을 마무리해준다. 화산버스터미널 옆 화산식당(263-5109) 1인분 9천원. 참붕어 매운탕 (대)2만5천원.
◈민물고기 삶고 수제비 넣어
◇무주:어죽=민물고기를 삶은 후 뼈를 발라내고 여기에 쌀을 넣고 죽을 끓인 다음 다시 갖은 양념에 수제비를 넣어 만든 별미음식이다. 전북은행 맞은 편 금강식당(322-0979) 1인분 4천원. 무주양수발전저수지 인근에 '조선왕조 실록'을 보관했던 안국사 사고터가 있다.
◈밑반찬으로 무려 70여가지
◇순창:장아찌 정식=전통 고추장을 이용해 만든 장아찌는 밑반찬으로 담백한 맛과 향이 미각을 돋운다. 민물게장과 산나물 등 계절에 따라 70여가지의 반찬이 따라 나온다. 현대의원 맞은 편 남원집(653-2376) 1인분 1만5천원. 4명이상 돼야 상이 차려지며 예약은 필수. 투명한 물빛의 계곡을 따라 눈과 귀를 씻으며 걸을 수 있는 강천산군립공원이 담양호와 어우러진다.
◈초고추장 묻혀 상추쌈 별미
◇남원:미꾸라지 숙회=사계절 내내 사랑받는 남원의 대표적 향토음식. 추어숙회는 미꾸라지를 돌솥에 담아서 통째로 익혀 초고추장과 상추에 싸서 먹는다. 추어탕은 진한 국물에 우거지와 시래기, 토란 등이 알맞게 들어간다. 남원 MBC 옆 새집(631-2443)은 40년이 넘도록 단일메뉴만을 고집하며 '손 큰 밥장수'로 통하고 있다. 추어탕 6천원. 추어숙회 (소)2만5천원. (대)4만5천원.
▨가는길=대구에서 전북 지역으로 가는 길은 크게 두갈래. 88고속도로~남원~전주 코스가 4시간 가량 소요된다. 대전~통영간 고속도로(함양-무주간 미개통)가 개통되면 내륙지방으로 가는 소요시간이 크게 단축 될 듯. 또 하나는 대전을 거쳐 가는 길.
여행·답사전문 대구답사마당(대표 이승호 053-423-1885)은 매월 1회 전국의 소문난 음식을 맛보고 주변 유적답사도 겸할 수 있는 맛기행을 기획, 내달 5일 전북 고창으로 떠난다.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