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각 나라들은 과학 기술 발전을 위하여 전력하고 있다. 이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그 나라의 부와 군사력을 이룩하는 길이라고 믿고, 그것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물론 과학 기술은 우리에게 힘을 준다. 과학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힘이란 일상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힘이다. 그런데 과학 기술이 주는 이 편리의 힘은 제시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의미 있는 것과 구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 세계의 동향은 의미 있는 것에 대한 배려는 과학 기술의 가시적 성과에 밀려서 거의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은 인간 생활의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의 균형은 점점 더 어긋나게 하고 있다. 그래도 과학 기술과 인문 사회 과학과의 불균형 상태가 심화되는 데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류는 그 역사의 시작과 더불어 과학 기술을 발전시키고 이용하는 데 성공을 거두어 왔다. 과학 기술을 응용함으로써 자연을 지배하는 방법을 깨우치고 배웠던 것이다. 과학 기술은 우리에게 물질적 힘을 준다. 즉, 생활에 편리를 더해 주는 것이 과학기술이다. 그러나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이러한 힘들은 가치 중립적이다. 과학 기술이 발휘하는 힘은 선(善)에도 악(惡)에도 발휘될 수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세계 대전의 경험을 통하여 과학 기술의 힘의 무서움을 우리는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의 기계에 팔을 잘리게 되는 경우에서 과학 기술의 편리함과 비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과학 기술은 칼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잘 쓰면 편리함을 가져다주지만 잘못 쓰면 다치게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과학 기술의 발달을 이룬 때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는 과학 기술이라는 도구를 다룰 정신적인 힘, 곧 지혜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들이 갖고 있는 과학 기술의 힘이 크면 클수록 그 힘을 악이 아닌 선에 쓰기 위해 정신적 힘과 지혜는 더욱 필요하게 된다. 우리의 정신적 힘과 지혜로 통제할 수 없는 과학 기술의 힘은 우리를 불행하게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즉, 그것을 다룰 수 있는 정신과 지혜가 없는 과학 기술의 힘은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본질적으로 물질적 측면보다는 정신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존재라고 생각한다. 물질적 측면에서만 접근할 때 인간의 가치는 형편없이 추락할 것이다. 인간도 물론 육체를 가진 존재이지만 '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똑같이 육체를 가지고 있는 다른 동물들과 구별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매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을 우리는 존경하고 예찬하고, 물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인물들은 비난하고 경멸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물질에 대한 절제를 강조하고 고매한 인격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측면의 방향을 밝혀주고 강화시켜 주는 것이 인문 사회 교육이다. 따라서 정부나 사회는 과학 기술의 힘을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는 인문 사회 교육을 과학 기술에 쏟아 붓는 정성에 못잖은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 물질적 측면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을 다루는 정신적 측면은 더 중요하다. 인간은 본래 정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일이 돌아가는 형편이 물질적 측면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정신적 측면에 대해서 더 많은 정성을 기울일 때 물질적 측면과 정신적 측면의 어긋남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김 남 욱
(경신고 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