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세무조사와 관련해 민주당내에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지난 20일 세무조사 발표 때만해도 "언론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확전에 대해 부담을 표시하던 인사들은 대부분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와중에 지도부와 대변인의 강경입장만 가득할 뿐 온건론은 온데간데가 없다.
그렇다면 이같은 민주당 강경론의 배경은 뭘까. 우선 여권 핵심부가 '언론개혁' 당위성을 되풀이해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지만 차기 예비주자들이 이를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온건론은 발을 붙일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대표적으로 지난 21일 세무조사 발표 직후 '조세 정의 차원'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밝혔던 이인제 최고위원은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와 일부언론이 소위 '전쟁'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괜히 나섰다가 득볼 것이 없다고 판단한 듯 하다. 때문에 여권 핵심에서 이 위원의 이같은 행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반면 노무현 상임고문과 한화갑 최고위원은 작심하고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 또 언론과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이번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보이던 김중권 대표마저 27일 대통령 초청 여 3당 국정협의회 만찬 자리에서 "역대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을 하고 있다"며 "국민들의 기대가 있고 정당한 법집행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입장에서는 파격에 가까운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노 고문은 대표적 강경론자로 최근에는 언론을 향해 '최후의 독재권력'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노 고문은 "일부언론이 정권의 향배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며 여권의 언론개혁 원칙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볼 때도 강경론이 크게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 민주당은 최근 연일 각종 여론조사상의 지표를 근거로 '세무조사는 언론탄압이 아니다'는 응답이 80%를 넘는다고 발표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로서는 언론세무조사를 통해 차기주자들의 줄세우기와 여권의 반대여론 잠재우기가 동시에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한나라당은 28일 민주당의 '비리 언론사 감싸기'라는 역공에 대해 "언론파동은 특정언론 말살공작으로 최종 종착역은 야당 죽이기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라며 맞섰다.
특히 언론계 출신 의원들은 '언론재편 기도 음모'라는 긴급성명서를 발표해 여권을 압박했고 '세무사찰이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한 익명의 국세청 직원 서한 사본을 공개하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권철현 대변인은 "국세청장이 지난 99년 언론사 정기 세무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은 대선을 앞두고 언론 길들이기를 위해 세무조사를 유보한 의혹이 짙다"며 국정조사를 거듭 촉구했다.
김종하 국회부의장과 최병렬 부총재 등 언론계 출신 한나라당 의원 15명은 27일 "정권의 음모에 맞서 싸우겠다"며 "국세청과 공정위의 조사로 한국 언론사들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 고발과 사주 구속에 이어 언론시장 재편 기도에 심각한 우려와 공분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독선과 정권욕에 빠진 정권이 시민단체.언론.방송을 홍위병처럼 내세워 언론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며 "DJ정권은 정권재창출에 집착, 권력의 칼로 언론사를 재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또 권철현 대변인은 이날 오후 "'언론세무조사에 관여한 국세청 사무관'이라는 사람이 보낸 서한이 당에 배달됐다"며 "비정상적인 세무조사는 언론 길들이기가 목적이기 때문에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박종웅 의원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내고 "언론에 대한 압박조치는 일종의 긴급조치 상황으로 강압적인 대언론 정책은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박진홍기자 pj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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