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서 온 익명편지?

입력 2001-06-28 12:30:00

언론사 세무조사를 둘러싸고 뜨거운 공방을 벌이고 있는 여야는 27일 한나라당이 익명의 편지한 통을 공개하며 '세무조사의 부당성과 편파성'의 근거로 제시하자 민주당이 '양심선언을 가장한 자작극'이라고 반박하는 등 치고받았다.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27일 "자신을 이번 언론조사 세무조사에 관여한 국세청 사무관이라고 소개한 사람이 보낸 것"이라는 서한 사본을 공개했다.

'국세청장'을 발신인으로 지난 24일자 소인이 찍힌 이 서한은 국세청내 편중인사를 비난하면서 언론사 세무조사 과정의 문제점과 국정조사의 필요성, 국세청 '수뇌부 물갈이'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서한은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장이 개혁구호의 미명아래 저지른 명백한 조세권한의 남용"이라며 "이번 조사는 언론길들이기 목적으로 이뤄졌고, 정상적이 아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정조사 실시를 주장했다.

권 대변인은 그러나 서한의 진위나 출처 등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은 27일 한나라당이 "국세청 사무관이라는 사람이 보낸 것"이라며 공개한 서한과 관련, 논평을 내고"편지는 어디에도 작성자가 언론사 세무조사에 참여한 국세청 직원이라는 구체적 근거가 없으며, 단지 한나라당의 정치적 주장만 일방적으로 되풀이하는 괴편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한나라당은 이제 괴편지 자작극까지 벌이느냐"고 물었다.

전 대변인은 "난데없이 지역편중과 경찰총장, 검찰총장, 국정원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대목은 한나라당의 성명서를 보는 것 같다"며 "한나라당의 정치공세를 그대로 되풀이 하고 있는 이 괴편지의 작성자가 누구이며, 누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한나라당은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전 대변인은 "'탈세 언론기업을 비호할 수 있느냐'는 여론의 호된 비난에 직면한 한나라당이 여론조사 중단에 이어 괴편지를 양심선언문이라고 들고 나온 것은 참으로 치졸하다"고 덧붙였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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