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는 승부 못잖게 한국 국가대표팀을 맡은지 6개월이 된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평가의 장이었다는 점에서 주목거리였다.
히딩크 군단은 대구에서 열린 개막전에서 프랑스에 0대5라는 참담한 패배를 당한 이후 심기일전, 멕시코와 호주를 연파하는 저력을 보여줬으나 당초 목표였던 4강 진입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를 탓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과거 성적 부진 때마다 감독과 선수의 책임을 벌떼같이 달려들어 호되게 비판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왜일까. 비록 여망에 부응하지는 못했지만 그는 확실한 축구철학과 선수 장악력을 보여줌으로써 월드컵 16강이라는 과실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신뢰감을 심어주었기 때문 아닐까.
월드컵 축구대회와 함께 내년에 대통령선거라는 대사(大事)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곱씹어 볼만한 대목이다.
최근 여야 정당차원의 대선을 겨냥한 힘겨루기와 대권 예비주자들의 '대권좇기' 몰입현상이 갈수록 도를 더해가고 있다.
'오로지 대선'만을 향한 이같은 정치권의 행태는 사회 전반을 극한 대결구도로 내몰아 급기야 국가 전체를 위기로까지 빠져들게 하고 있다.
우선 집권당인 민주당과 김대중 대통령의 정권 재창출에 대한 집념이 국정전반을 더욱 엉클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노골적이지는 않지만 당내 대선 후보군간의 이전투구(泥田鬪狗)식 물밑경쟁도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있다. 소장파들의 당 쇄신 요구로 촉발된 정풍운동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확실시되는 이회창 총재에게도 과연 야당 총재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국정현안에 대한 고민보다는 현 정권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을 챙기는데 급급해하는 듯한 인상마저 든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인 것은 벌써부터 '집권 증후군'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승용차 번호를 2002번으로 했다가 바꾼 일과 90평이 넘는 빌라가 좁아 이사를 계획했다는 말들이 나온 것 등이 단적인 예다.
게다가 자민련마저 'JP대망론'을 들고 나오며 대권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 3월 김종필 명예총재 부모의 묘를 이장한 사실이 알려지고 이장지가 왕기(王氣)가 서린 명당이라는 말이 나돌면서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나라사정은 대권놀음을 즐길 상황이 아니지 않는가.
정치권을 좌지우지하는 이같은 대권병자들의 행태는 민의의 전당인 국회마저도 대권놀이마당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국회는 지난 97년 9월부터 이달까지 지난해 총선을 전후한 두 달을 제외하고는 44개월간 연속 무휴(無休)라는 신기록을 수립해 가고 있다. 이쯤되면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이 국사에 혹사당해 몸이라도 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해야 옳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전혀 그게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상당기간이 세풍사건, 안기부 자금 사건 관련 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막기 위한 방탄국회였으며 그나마 여야 합의로 문을 연 경우에도 순항한 날은 손꼽을 정도다.
현재 개회중인 6월 국회가 시급한 민생.개혁입법은 표류시킨 채 언론사 세무조사, 국회법개정안, 장관 해임안 등을 놓고 연일 정쟁을 일삼는 것 역시 이들 사안을 대선에서의 유.불리와 연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격앙된 민심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정치인, 국민들에게 희망과 믿음을 주는 정치지도자의 모습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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