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아르바이트 '빈부차'

입력 2001-06-25 14:59:00

김모(26·ㅇ대 도시공학과 3년)씨는 지난 15일부터 새벽 4시에 시작, 오전 8시까지 계속되는 시간당 1500원짜리 우유배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학교 취업정보센터에 지난 달초부터 아르바이트 신청을 내놓았지만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없어 스스로 시작한 일.

한달을 꼬박 일해도 20만원밖에 벌 수 없는 김씨.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지만 용돈수준을 넘기 어렵다.

또 다른 김모(27·ㄱ대 전자공학과 4년)씨는 사정이 정반대다. 다음 달 1일부터 보름간 한 벤처회사의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에 참가하는 김씨는 집에서 에어콘 바람을 쐬며 하루 1, 2시간씩 컴퓨터 마우스만 굴려도 100만원을 벌 수 있다.

김씨는 "벤처회사에 다니는 선배 부탁으로 함께 일하게 됐다"며 "IT바람이 불면서 전자·전기전공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통한 '학생갑부'도 많이 탄생했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은 대학가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극심한 불경기로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구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넘치는 반면 적은 시간을 투입하고도 고소득을 올리는 학생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는 것.

22일 현재 지역 대학 인터넷 게시판에 아르바이트를 의뢰한 업체 수는 경북대 95곳, 영남대 84곳, 대구대 156곳 등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0, 20%가량 줄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아르바이트 의뢰업체들이 하루종일 근무하는 이른바 '풀타임 아르바이트'를 신청, 공부를 병행해야하는 학생들로서는 선택하기 어렵다는 것.이 때문에 대다수 학생들은 생활정보지 등을 이용, 시급 1천500~1천800원 정도의 파트 타임 일자리에 나서고 있다. 한 PC방 업주는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도 하지 않았는데 하루에 몇번씩 일자리를 찾는 학생들이 다녀간다"며 "방학이 시작되기 한달전부터 파트타임 일자리도 동이 난 상태"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컴퓨터 관련 분야를 전공한 학생들은 재택근무를 통한 소프트웨어개발 등 월 최고 수백만원이 보장되는 아르바이트는 물론, 컴퓨터학원 강사 등 밀려드는 구인신청으로 즐거운 비명이다.

경북대 전자공학과 최봉열 교수는 "정보처리기사 등 각종 컴퓨터 자격증을 소지한 학생들은 마음만 먹으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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