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낳는 닭(산란계) 농장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려면 정상 영업 재개에 열달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도 주려는 보상은 고작 3개월치입니다. 영세 축산인에겐 죽으란 것이나 마찬가지 조치입니다".
칠곡 왜관의 김일량(61)씨는 이런 문제 때문에 1996년 이후 벌써 5년째 고속철도 건설공단과 송사를 벌이고 있다.
1980년부터 왜관읍 아곡리에서 이웃 3가구와 함께 산란 양계장을 경영하고 있는 김씨의 양계장 규모는 알 낳는 닭 10여만마리(계사 21동). 문제는 1996년에 이 양계장이 고속철 통과 구간에 포함되면서 발생했다. 계사와 영업 손실 보상금으로 2억570여만원을 주겠다는 통지가 고속철공단으로부터 날아 들었다.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바와는 달리, 산란하는 닭은 옮길 수 없습니다. 스트레스 때문에 달걀을 생산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닭이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요, 새로 양계장 시설을 갖추고 병아리를 입식해 산란까지 이르려면 최소 일년은 걸립니다".
답답해진 김씨는 축산기술연구소(수원)에 전문기관 의견을 물었다. 회신 내용도 김씨의 판단과 마찬가지였다. "산란계 사업은 한번 닭을 확보하면 경제수명 또는 양계장 폐업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 계란을 낳고 있는 닭을 다른 사업장으로 옮기면 스트레스로 인한 산란율 하락, 파란율.폐사율 급증으로 경제적 가치가 없어져 폐계 도태가 불가피하다. 계사 건립 기간 3개월 등 최소 11개월 이후라야 정상적인 양계장 영업 재개가 가능하다".
더욱이 김씨는 그간 청도.김천 등지로 새 양계장 부지를 구하러 뛰어 다녔으나 번번이 농지 전용신고가 반려된 데다 인접 주민들도 반대해 어쩌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상금을 제대로 받아도 옮겨갈 곳이 막막하다는 얘기.
그런데도 고속철도 공단은 3개월치만 보상하겠다고 고집했다. 결국 김씨는 소송을 제기, 1999년 서울고법에서 일부 승소한 뒤 대법원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각종 건설공사 때 축산 농가들이 턱 없이 적은 보상금만 받고 밀려나 생존을 위협 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당장 제가 돈 몇 푼 더 받고 안받고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법적 투쟁을 통해 축산농가의 어려운 현실을 바로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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