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당선을 축하 드립니다. 오늘의 영광은 대구시 교육감 당선자의 평소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의 결과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당선의 영광을 누리는 시간은 되도록 짧아야 할 것입니다. 그 자리는 영광보다 사명감이 앞서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이 지역 교육이 당선자의 가슴과 머리에 달려 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 지역의 수많은 초·중·고생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말일 것입니다. 청소년 시절이 한 사람의 일생을 좌우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그 자리가 얼마나 조심스럽고 두려운 자리인지 실감하실 것입니다.
당선자께서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비우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역사적으로 남는 교육감이 되어야겠다는 욕심을 버리셔야 합니다. 우리의 교육이 뭔가 잘못되었다면 근원적 원인은 교육정책 입안자나 교육 행정가들의 지나친 욕심, 단기간(임기 안)에 모든 것을 바로 잡겠다는 과욕에 있었다고 봅니다.
일관성 없는 정책 교육불신 불러
그 결과 교육 책임자가 바뀔 때마다 지난 교육정책이 부정되고 새로운 정책이 수립되었습니다. 그 때마다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방안이 나오는, 하나의 모순이 또 다른 모순을 낳는 악순환이 거듭되어 왔습니다. 그 와중에 우리 귀한 학생들은 교육 제도의 실험대상으로 전락되고 교사들은 일관된 교육철학을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교육 불신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은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사람에 의해 혁명적으로 변화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당선자는 시민들과 한 약속을 다시 점검하여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십시오. 다른 후보들의 공약에서 취할 것은 취하여 보완하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미래를 밝힐 수 있는 교육지표를 세워 흔들리지 않되, 서두르지 말고 교육의 방향을 잡아 조금씩 밀고가야 할 것입니다. 마치 해변가 육지에서 만든 배를 띄우기 위해 바다 쪽으로 조금씩 밀듯이 말입니다.
교육 혁명가들의 과욕도 한 몫
그리고 밀 때는 교사를 그 중심에 세우십시오. 당선자 님은 그들의 뒤에서 등을 밀어 그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밀다가 힘이 부치시거나 시간이 되면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시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희망을 실은 교육의 배가 망망대해로 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교육의 배를 미는 동안에 중앙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걸림돌이 될 때 비판하시는 용기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선거 때마다 경쟁적으로 떠벌리는 정치인들의 교육에 대한 경박한 언행을 준엄하게 꾸짖을 수 있는 위엄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사 중심의 점진적 개혁 바람직
재임시 가꾼 달콤한 열매를 성급하게 맛보려 하지 마십시오. 이런 욕심을 가지면 성취 목표를 수치로 제시하게 되고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 현장을 휘젓게 될 것입니다. 교육은 결코 계량화할 수 없는 여리고 맑은 영혼의 세계가 그 대상임을 잊지 마십시오. 필자가 지적한 것들은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 자리에 막상 앉아 보면 누적되어 온 많은 문제점과 맞닥뜨리게 되고 그것과 정면 대결해 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다시 교육의 혁명가가 되어 교육 주체들을 밀어내고 '나를 따르라'고 부르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될 때 당선자는 그렇고 그런 교육감이 되어 역사 속에 묻혀 가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 드리거니와 역사에 남는 교육감이 되려면 역사에 남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비로소 역사에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 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지역 교육이 지렛대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올리는 고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