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제언-채용전 건강검진 관행 규제해야

입력 2001-06-23 14:59:00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귀국해 모 대기업에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다행히 서류전형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신체검사를 받고 오라며 지정병원을 알려주었다. 조금 당혹스러웠다. 미국에선 기업이 채용확정 이전에 입사희망자의 건강을 검진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회사에 전화를 걸어 항의했지만 오히려 정신나간 사람 취급하며 입사하기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으로 나왔다.입사전 신체검사를 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지 궁금해 근로자 건강검진의 종류를 규정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찾아보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채용때 건강검진을 하는 게 아니라 배치전 건강검진으로 못박고 있었다. 기업들이 불법으로 채용전 건강검진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었다.

'건강검진을 채용 전에 받건, 채용 후에 받건 마찬가지가 아니냐' 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근로자의 노동권 확보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특히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업무수행 능력과 관계없이 편견에 의해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다. 실제 미국 등 선진국은 이 문제를 노동관련법보다는 장애인 관련법에서 접근한다. 미국은 장애인법을 통해 모든 형태의 채용 전 건강검진을 금지하고 있으며 처벌규정까지 두고 있다. 우리 정부도 기업들의 불법적 건강검진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유지호(포항시 기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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