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올해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기 시작한 중1년생부터 성(性)교육을 연 10시간 이상 하도록 권하고 있다. 그러나 전담 교사가 없어 대체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보건.양호 교사들에게 맡김으로써 형식에 그치는 학교가 많다. 일부 학교는 강의가 비는 교사로 하여금 시간 떼우기식으로 진행토록 하기도 한다.
마침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 '아름다운 성 만들기 센터'가 대구 6개 중학교 700명 학생을 대상으로 성 의식을 조사했다. 성교육의 갈 길에 암시를 던지는 내용이 적잖다.
◇성 의식=우선 성적 호기심.충동을 자연스럽다고 보는 태도(61.6%)가 많아졌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성 관계가 필요하다는 태도(35.1%)가 그렇잖다는 응답(33.7%)을 능가했다.
결혼과 연애는 다를 수 있다(59.1%), 낙태도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40.6%)는 생각을 가진 학생이 많아 세태 변화를 실감케 했다. 그러나 자신과 결혼할 사람은 순결해야 한다는 학생(52.1%)이 그렇잖다(14%)는 숫자보다 훨씬 많아 아직은 이율배반적임을 드러냈다.
◇성 지식=성지식을 얻는 경로는 영화.TV.비디오(35.3%)가 많았으나 인터넷(33.1%)이 못잖게 큰 비중으로 부상했다. 책.잡지는 5%로 떨어졌다.
하지만 23.3%만이 배란일이 뭔지 제대로 알고, 여학생도 그 비율이 기껏 37.5%에 그쳤다. 올바른 지식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 임신 가능 기간도 겨우 2.6%만 알고 있었다.
◇성 경험=음란 장면은 55.3%가 포르노지.비디오.인터넷 등을 통해 봤다고 답했다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언어적이든 성과 관련된 폭력을 당한 적 있는 학생이 8.7%(중3 여학생은 15.9%)나 됐다. 버스 등에서의 은근한 신체 접촉(41%), 언어 폭력(39.3%)이 주를 이뤘으나 강제적인 성관계도 13.1%를 차지했다. 가해자는 모르는 사람이 50.8%로 많았지만 친구.선후배(23%) 선생님(8.2%)도 적잖았다.
◇성 교육=59.1%가 학교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 진학 이후 가정에서 성 관련 대화.상담 경험자는 20.1%에 불과했고, 학교 성교육 불만도 높았다. 구체성 부족(29.1%), 식상하고 형식적인 점(26.3%) 등이 불만의 원인. '민망하다' '성 충동을 유발한다'도 19%로 나타났다.
◇평가 분석=조사.연구를 담당한 센터의 정명란 연구원은 "학교 성교육에 대해 많은 학생들이 불충실하다는 등 불만을 표시했다"며, "앞으로는 외부 전문기관에 맡겨 정기적.전문적으로 하는 게 효율적으로 판단됐다"고 했다.
센터는 다음달 11일 중학교 성교육 담당 교사, 관련 단체 등과 함께 성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열 예정이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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