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소리-대안학교 대부분 시골위치 현실과 격리된 느낌

입력 2001-06-22 14:44:00

◈도시에도 그런 학교 있었으면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부모입니다. 아이가 지금은 초교생이지만 졸업하면 대안 중학교에 보낼 생각으로 여러 대안학교를 다녀보았습니다. 현재의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통제 중심이고 경쟁 지향적이며 성적 위주인 데 비해, 대부분의 대안학교는 자율성을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태도와 생명.생태주의를 지향하고 있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맞아, 이런 교육을 아이들에게 시켜야 해"라는 감동이 밀려왔고 자연과 더불어 자라는 아이들이 모두 펄펄 살아 숨쉬는 것 같아 참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자녀에게 대안교육을 시켰던 몇몇 사람들의 얘기는 저를 우울하고 고민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네 아이는 경기도의 모 대안학교에 갔다가 적응치 못하고 기초 실력도 모자라 대학에 못 갈 형편이라거나, 어떤 집 아이는 지리산의 유명한 대안학교에 갔다가 일년 만에 자퇴하고 일반 학교도 못 가 놀고 있다는 얘기들을 들을 때면, 참 막막하고 망설여집니다. 아이의 장래가 달린 문제인데, 엄마의 취향대로 무작정 대안학교 행을 결심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 생각에 이런 혼란의 가장 큰 이유는, 대안 학교들이 대도시에서 벗어나 모두 시골이나 자연 속에 있는 게 장점이면서 단점으로 작용한 탓입니다. 기존의 공교육과 구분, 혹은 자연 생태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인 줄은 압니다만 도시에서는 왜 안 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프랑스의 '프레네 교수법'처럼 현장을 중시해서 도시 어디서든 이루어지는 대안교육이나, 미국 필라델피아의 '벽 없는 학교'처럼 도시 전체가 학교인 도시형 대안학교가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말입니다.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만든 도시형 대안학교(하자센터)도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비록 학교 생활에 적응 못한 아이들이 가는 곳이긴 하지만, 피치 못해 가는 대안학교가 아니라 학부모와 아이들이 당당히 선택해서 갈 수 있는 그런 도시형 대안학교가 여럿 만들어졌으면 합니다.

대구시청과 교육청도 서울처럼 대안학교를 설립, 운영할 수는 없는지요. 아이를 유배보내듯, 현실과 격리시키듯 멀리 보낼 게 아니라 학력 인정이 가능한 대안학교를 생활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학부모들의 바람을 하루빨리 살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희(주부.대구 지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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