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장의산업 상당수가 범죄조직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은 물론 엄청난 폭리로 국민들의 피해가 잇따르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경찰 등 일부 공무원들이 장의산업체들의 불법을 묵인하는 조건으로 뇌물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가중되고 있다.
◇황금 알을 낳는 장의산업=대만의 장의산업은 같은 유교권이면서도 우리나라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기피 업종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폭력조직들이 가업으로 장의업을 잇고 있으며 악명높은 3대 폭력조직들이 영업망을 장악하고 있다.
지난 18일자 타임지에 따르면 이들 장의업체들은 장례식 참석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스트리퍼를 동원하는 특이한 영업을 하고 있는데 이들 스트리퍼들은 나이트 클럽 댄서이거나 창녀가 대부분인 실정이다. 15년전부터 시작된 이러한 기이한 풍습은 경찰의 단속으로 수그러들기는 했으나 농촌지역에는 아직까지 성행하는 등 요즘에도 전체 장례 중 3분의 1가량이 스트리퍼를 불러들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이한 문화는 장의행렬에 마칭 밴드를 동원하고, 망자(亡者)를 위해 유족 대신 '곡(哭)을 전문적으로 하는 여인들'을 고용한다는 것. 마칭 밴드 가격은 인원에 따라 500달러(한화 64만원)~1만5천달러(1천9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며 '곡을 하는 여인들'의 일당은 1인당 300달러(한화 38만원). 이밖에 조화 등 부대비용이 요구돼 1인당 장례비가 평균 1만2천달러(한화 1천548만원)로 우리나라(6천500달러·한화 838만원)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때문에 장례 등에 소요되는 대만의 사회 비용은 연간 30억달러(한화 3조 8천700억원)에 이르고 있다.
◇후앙의 분노=대만 장의산업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폭발된 것은 후앙 메이 수라는 여인 덕분이었다. 후앙은 지난해 8월 범죄조직들에 의해 납치된 여동생을 살리기 위한 백방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가자 마지막으로 언론 등을 통해 동생의 석방을 호소했다. 후앙의 기자회견으로 이전까지 후앙의 신고마저 묵살했던 경찰이 인질 구출을 위해 납치범 검거에 나서는 등 납치사건이 국민적 관심사로 부각됐으나 한달 뒤 동생은 싸늘한 시체가 되어 돌아왔다. 그러나 불행은 서막에 불과했다.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서 한 장의업체가 심하게 손상된 시체 보관을 위해 많은 돈을 요구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충격때문에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장의업체가 요구하는 돈을 주었겠지만 후앙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후앙은 워낙 가난하기도 했지만 잘못된 관행으로 굳어진 장의업체의 횡포에 당당히 맞서 싸웠다. 후앙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장의업체 횡포에 대한 비난 여론 덕분에 대만 정부는 장의업체의 부당한 영업관행에 대한 개혁작업에 착수했다.
◇거대한 비리사슬=국민의 비난으로 장의산업체 부당영업사례에 대한 단속과 제도 개혁에 나선 정부 고위관리에게 협박편지가 날아들었다. 계속 장의산업의 불법을 추적할 경우 생명이 위험해 질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범죄단체들이 공권력에 정면 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대만 사정당국은 협박사건은 물론 장의업체와 범죄단체와의 실체를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장의업체들은 교통사고나 병으로 숨진 사망자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경찰이나 병원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업체의 경우 정보를 알려주는 경찰에게 시체 1건당 600달러(한화 77만원)를 사례비로 주기도 한다는 것. 또 장의업자들간 영업관련 정보(사망 소식)를 먼저 캐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곤 하는데 심지어는 아직 숨지지 않은 병원환자를 놓고 장의업체들간 서로 영업권을 주장하며 싸우는 경우도 늘고 있다.
대만의 상당수 국민들은 고위관료들이 불법을 자행하는 장의산업 관련 범죄조직들과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에 '장의산업 비리'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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