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입력 2001-06-20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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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시대, 초나라 변화씨(卞和氏)란 사람이 산 속에서 옥돌을 발견하고 곧바로 왕에게 바쳤다. 왕이 감정사에게 물어보니 보통 돌이라고 하자 화가 난 왕은 변화씨의 다리를 잘랐다. 왕이 죽은 뒤 변화씨는 그 옥돌을 다음 왕에게 바쳤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남은 다리마저 잘리고 말았다. 세 번째 왕이 즉위하자 변화씨는 그 옥돌을 안고 궁궐 앞에서 사흘 밤낮을 울었다. 왕이 그 까닭을 묻고 옥돌을 세공인에게 맡겨 갈고 닦아 보니 천하에 둘도 없는 명옥이 영롱한 모습을 드러냈다. ▲진(秦) 소양왕(昭襄王)이 15개의 성(城)과 교환하자고 한 그 유명한 화씨의 옥(和氏之璧)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 구슬이 빛을 본 것은 왕이 그의 행동에 감동을 했기 때문이다. 감동은 진실이 없으면 묻어나지 않는다. 이 돌은 틀림없다는 진실이 있었기 때문에 변화씨는 목숨을 걸고 진언한 것이다. ▲요즘 우리네 형편을 보면 진실찾기가 마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당국은 3년째 개혁의 기치를 높여놓고 도대체 무엇을 바꾸었는지 국민들은 피로감만 느끼고 있다. 진정한 개혁은 자신의 개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경쟁력을 높인다고 근로자에게는 '사회적 살인' 행위인 정리해고를 단행해 놓고 지도층에는 병역비리, 탈세 등 국민의 4대 의무조차 소홀히 하는 무뢰한들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 우리사회 분쟁해결에서 가장 유용한 수단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법'은 19.9%에 불과했고 70%가 '권력과 돈'을 꼽았다. 이는 개혁은커녕 개혁을 위한 준비자세조차 안돼 있다는 사실을 말해 주는 것이다. ▲감동이 없는 개혁의 말로(末路)는 이렇다. 최근 삼성 이건희 회장은 "삼성의 진정한 구조조정은 이제부터 시작된다"고 했다. 특히 "양보다는 질에 중점을 둬 구조조정이 일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마치 정부가 지금껏 추진해온 개혁의 후진성을 경고하는 것 같다. 개혁에는 명분도 중요하다. 그러나 진실과 그에 따른 감동이 없으면 안된다. 개혁이 지지부진하다면 지금부터라도 당연히 새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의 말과 행동이 이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옥돌이 돼주길 기대해 본다.

윤주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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