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신문 '적자'깊은 수렁

입력 2001-06-19 14:20:00

인터넷신문들이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지난 95년 1월 디지틀 조선을 시작으로 잇따라 등장한 국내 인터넷신문은 도입 초기 종이신문의 존폐를 논할 만큼 선풍을 일으켰다. 특히 IMF 직후 불어닥친 벤처 열풍을 타고 자산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러나 거품이 빠지면서 태동 6년여만에 인터넷신문들이 구조조정의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인터넷신문은 콘텐츠 유료화에 들어갔다. 이 소식은 국내 인터넷신문업계를 더욱 한숨짓게 하고 있다. 뉴스콘텐츠 유료화는 국내 실정상 요원하기 때문이다.

국내서도 머니투데이, 한경닷컴 등 경제뉴스를 다루는 일부 매체가 뉴스콘텐츠 유료화를 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종합적 성격의 뉴스를 다루는 대부분의 인터넷신문들은 유료화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종이신문의 약점을 공략하는 틈새시장 전략으로 성공했다. 증시 등 경제뉴스는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생물'과도 같다. 따라서 하루 한 번 발행하는 종이신문이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점에 착안,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따끈따끈한 유료 경제뉴스를 제공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경제뉴스를 제공하자 이용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경제신문의 자회사인 한경닷컴도 70여개 기업체에 유료 경제뉴스를 제공하는 B2B 뉴스 판매와 증시 분석 및 투자상담 등으로 이뤄진 유료사이트 '리치아이'를 통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경닷컴은 조만간 유료정보 판매를 확대, 올해안에 흑자를 기록할 방침이다.그러나 대부분의 인터넷신문은 뉴스콘텐츠 유료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대표적 인터넷신문인 조선닷컴, 조인스닷컴, 동아닷컴은 물론 인터넷한겨레, 미디어칸(경향신문 자회사) 등도 앞으로 상당 기간 뉴스콘텐츠 유료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신문들은 유료화를 실시중인 조인스닷컴의 '인물 정보사이트'와 같은 독자적인 서비스를 개발, 부분적으로 유료화를 단행할 수 있으나 전체 콘텐츠의 유료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디어칸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신문의 뉴스콘텐츠를 돈내고 보라는 것은 공기를 사서 마시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뉴스콘텐츠는 이용자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 제공하고 다른 부가 수익모델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인터넷신문들은 뉴스콘텐츠 유료화 대신 배너광고 유치, 쇼핑몰, 이벤트 사업 등 수익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인터넷 광고의 경우 광고주가 자발적으로 응하는 사례가 드물어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힘들게 수주하고 있다. 다른 수익사업도 큰 보탬이 되지 않아 대부분의 인터넷신문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인터넷신문에 대한 비판과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신문이 수익사업에 급급하다 보니 인터넷 화면을 광고로 어지럽게 도배해 포털사이트와 구분이 안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이용자 입장이 아니라 제작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만들어 이용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언론재단의 황용석 연구위원은 "재정적으로 힘들더라도 인터넷신문들이 편집과 디자인을 재구성하는 등 이용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제공, 이용하기 쉽도록 해야 한다"며 "이러한 인식이 선행돼야 장기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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