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로 간직해온 동양화 사줄분 없습니까

입력 2001-06-19 00:00:00

"외삼촌이 평생을 간직하라며 준 그림이지만, 이 그림이라도 팔아서 제 병을 고치고 싶습니다".

변경남(60.여.대구시 서구 비산4동)씨는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라는 완치가 어려운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변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지난해 5월.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갔다. 온몸에 멍이 들었고 코와 입에서 쏟아져 나온 피는 멈추질 않았다. 의사는 "변씨의 혈소판이 15만개인 정상인보다 훨씬 적은 7천개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운영하던 식당을 빚만 지고 정리했던 변씨에게 의사의 말은 청천벽력이었다. 지금 변씨는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형편이다. 남편은 막노동을 해 하루 2~3만원을 벌고 있지만 고교 1년생 아들(17)의 학비와 생활비를 대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시집간 딸(29)은 시댁의 눈치를 보면서 집안일과 어머니의 약값을 대기 위해 애를 쓰다 쓰러지기도 했다.

그동안 나간 치료비만도 1천만원. 앞으로 나갈 병원비를 대는 것은 막막하기만하다. 입원도 할 수 없는 처지라 일주일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약을 먹고 혈소판주사를 맞으면 올라가던 혈소판수치도 신경을 쓰다보니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아들은 "엄마가 아픈데 학교가 무슨 소용이냐, 돈 벌어서 엄마 병을 고치겠다"고 고집을 부려 변씨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변씨에겐 외삼촌인 지홍 박봉수 화백이 20년전 선물한 그림이 한 점 있다. 할미꽃과 비둘기가 그려진 20호짜리 동양화다. 10여년전 작고한 박 화백은 세류에 휩쓸리지 않은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제일 소중하게 간직해 온 '보물'이지만, 외삼촌도 이해해 주리라 믿습니다. 얼른 완쾌되어 아들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고 싶습니다.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053)557-1104.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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