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기나긴 밤을 한 허리를 둘에 내어/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어른님 오시는 밤이어드란 구비구비 펴리라'
이렇게 애교스럽고 연모가 땀땀이 배어있는 절구(絶句)는 황진이가 아니고는 수백년의 우리의 시조세계에서 그 주인을 찾아낼 길이 없다. 신분으로 보면 그녀는 유한기녀(有閑妓女)에 불과했다. 신분을 접어두고 본다면 황진이는 빼어난 여류시인이요, 서(書)와 음률을 아는 풍류가였다. 황진이 이전에 황진이 없었고 , 황진이 이후에도 황진이 없었다 할만큼 고금을 통하여 드물게 보는 예술가임에는 틀림이 없다.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일도창해(一到滄海)하면 다시오기 어려우니/명월이 만공산(滿空山)하니 쉬어간들 어떠리'
이 시조를 보면 벽계수와의 사랑이 있었을것 같지만 실제로는 내밀한 사랑없이 황진이가 외면했다고 기록은 전하고 있다. 이처럼 콧대높은 황진이의 삶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내가 생전에 몸을 섬기지 못했으니, 죽은 뒤 내 몸을 길 한가운데 던져 천하의 여자들의 경계를 삼게하라"고 하였다. 그 유언은 지켜졌으나 또 다른 정이 있어 한 사내가 그녀의 유해를 수습하여 장사를 지내주었다 한다.
이런 황진이의 삶과 문장에서 느끼는 바가 많다. 재주와 예능에 뛰어났고 시문에 통달, 시흥도 풍부하고 가창력도 탁월했던 그의 모습은 이제 흔적이 드물다. 다만 시조 몇 편이 남아 그 존재를 증명해준다. 약 400년전 인물인데도 그의 문학은 이미 소멸해버린 것이다.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대부분의 작품이 오늘날 그대로 전해져 영문학을 풍성하게 하고 있다. 최근 셰익스피어의 30대 젊은 시절의 초상화를 두고 진위 논란이 일고 있다는 외신보도를 접하면서 문득 우리의 현실에 대해 깊은 상념에 젖는 것은 필자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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