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서 경찰·전의경 마늘밭 찾아 일손돕기

입력 2001-06-18 00:00:00

늘 험악한 얼굴로 서로를 경계하던 경찰관과 농민들이 함께 마늘을 캤다.지난 16일 의성군 금성면 운곡리 의성농민회 김선환 회장의 마늘밭. 김 회장이 앞서 경운기로 마늘밭을 갈자 경찰관과 전의경 10명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뿌리가 솟구쳐 오른 마늘을 주워 정리해 수확했다. 또 다른 직원들은 이 마늘들을 차곡차곡 화물차에 옮겨 실었다. 작업이 끝났을 때는 낮 12시 점심시간이 거의 다 됐을 무렵. 농민회장과 경찰관은 서로 격려·감사한 뒤 헤어졌다.

"시위장에서도 잘못된 농정을 규탄한 것이지 경찰관을 미워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농민의 아픔을 함께 해 주는 마음이야 어찌 모르겠느냐?" 김 회장의 말에 김영규 수경이 답했다. "농민대회 등 시위 때 적잖게 충돌하긴 했으나 농민들에 대한 걱정은 마찬가지이지요".

지난 15일엔 또다른 경찰관·전의경 20명이 한농 의성군연합회 최태림 회장의 춘산면 효선리 마늘밭에서 일을 거들었다. 최 회장은 부인이 입원해 있어 일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던 중. 최 회장은 "시위 때야 서로 입장이 다르니 어쩔 수 없지만, 마늘밭에서 만나 힘을 합치고 보니 서로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됐다"고 했다. 정종언 수경도 "일을 함께 해 보니 농민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더 알 것 같다. 가뭄과 싸우면서 어렵고 힘들게 지은 농사이니 마늘을 제값 받고 팔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찰과 농민단체들은 잦은 충돌과 긴장감 때문에 애써 외면해 온 관계. 작년 12월 의성에서 열렸던 경북 농민대회 때는 의성농민회 사무국장이 구속되기도 했고, 지난달 17일의 의성역 농민대회 때도 긴장감이 높았었다. 최근인 지난 13일 단밀면 낙정양수장 농민회 시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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