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나는 사람들-잃어버린 가방 찾아준 택시기사

입력 2001-06-15 15: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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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 넘은 아버지를 모시고 있다. 아버지는 지난해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1년간 입원했다가 지금은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치료를 받으러 병원으로 간 아버지가 침울한 얼굴로 귀가하셨다. 아버지께 자초지종을 여쭤보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탄 택시에 가방을 두고 내렸다는 것이었다. 가방에 현금 등 귀중품은 들어 있지 않으나 치료에 필요한 물건이 들어있어 아쉬워했다.

"내일 하나 사다 드리겠으니 잊어버리세요"라고 위로했으나 "혹시 아파트 경비실에라도 맡겨주면 좋을 텐데…"하시며 못내 안타까워했다.

이튿날 가방을 사러가기 전 혹시나 해서 경비실에 들렀더니 택시 기사가 잃어버린 가방을 맡겨 놓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그 소식을 전해 듣고 눈물까지 글썽이며 기뻐하셨다. 택시기사의 연락처라도 알아서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에 경비실에 연락했으나 "가방만 놓고 갔다"고 했다.

하찮은 물건이었는데도 잊지 않고 맡겨놓은 것을 보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 따뜻하고 인정이 넘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꼈다. 우리 모두 조금씩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고 산다면 더욱 밝고 건전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공중도덕과 질서가 존중되고 작은 물건이라도 소중히 여기고 절약할 줄 아는 사람이 모여사는 사회, 이웃과 나라의 어려움을 함께 걱정하는 사람들이 주축이 되는 사회가 희망이 넘치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가방을 전해준 택시기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조응제(김천시 남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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