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60년만에 미국령인 푸에르토 리코의 비에케스 섬에서 폭격 소리가 사라지게 됐다.
유럽 순방 길에 오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4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푸에르토리코 지도자들을 비롯한 여론에 부응해 다른 사격 훈련 장소를 물색하기로 한 국방부와 해군의 결정을 치하함으로써 말썽이 끊이지 않던 비에케스 섬 사격 훈련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훈련 시기를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2003년 5월까지만 연간 90일씩 훈련을 실시하고 그 이후에는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훈련 중단의 이유로 "첫 번째는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두 번째는 우리가 그곳에 있는 것을 친구이자 이웃인 그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에케스 주민들의 훈련 반대는 미군의 오폭으로 민간인 경비원이 숨진 1999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됐으며 올 4월에는 폭격에 항의하는 주민 180여명이 미 해군영내를 침입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기도 했고 실라 칼데론 푸에르토 리코 총독을 비롯한 현지 지도자들과 히스패닉계도 반대 운동에 앞장 섰다.
어업과 사탕수수 재배 및 관광이 주업인 비에케스는 한때 주민이 3만명까지 달했으나 소음과 오폭 등 직간접적인 훈련 피해 때문에 주민들이 줄줄이 떠나는 바람에 지금은 인구가 9천300여명으로 줄고 경제도 크게 위축됐다.
비에케스섬은 2차 세계대전 이래 미 해군 군사훈련에 사용됐으며 99년 민간인 경비원이 사망할때까지 실탄 훈련을 실시해왔다.
한편 한국의 매향리 및 일본 오키나와와 함께 세계에서 미군이 사격 훈련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세 곳 가운데 하나인 비에케스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결정은 매향리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비에케스는 주민의 안보와 전혀 무관한 곳에서 미 해군이 함포 사격과 함재기 폭격 훈련을 실시하는 것이고 매향리는 한국의 안보 수요가 더 큰 상황에서 이뤄지는 공군기 폭격 훈련이라는 점에서 같은 잣대를 대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울러 비에케스는 잇따라 미국 언론에 크게 보도돼 여론화에 성공했으나 매향리는 한 번도 다뤄진 적이 없어 미국 NGO들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한편 훈련 중단 방침은 당초 이날 오후 고든 잉글랜드 해군 장관이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방부와 해군부 관계자들은 "아는 게 없다"며 발뺌하는 등 해군 내부에서는 비에케스가 대서양 함대의 훈련에 필수적인 장소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머스 대슐 상원 민주당 원내총무를 비롯한 야권과 히스패닉계도 부시 행정부의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사전에 귀띔해 주지 않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